삼성 준법감시위 출범…김지형 "이재용 직접 만나 독립성 확약"(종합2보)

입력 2020-01-09 14:11   수정 2020-01-09 16:22

삼성 준법감시위 출범…김지형 "이재용 직접 만나 독립성 확약"(종합2보)
내부 아닌 외부 독립기구로 설치…삼성 비판조 외부인사 위주
7개 주요 계열사와 협약 맺고 활동…"성역없는 윤리 파수꾼"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윤리 경영을 감시할 '준법감시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을 직접 만나 "완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약" 했다고 김 위원장이 9일 밝혔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인 김 위원장과 법조계, 시민사회, 학계 등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는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 독립기구로서 이달 말 공식 출범한다.
김지형 위원장은 9일 자신이 대표변호사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출범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먼저 "준법감시위 구성이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양형을 낮추기 위한 '면피용'이 아닌지 우려와 삼성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삼성 측의 위원장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위원회 구성·운영 전반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삼성이 수용하며 위원장을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근 직접 만났고,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준법감시위의 독립·자율을 '확약'하며 삼성을 대대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완전한 독립성·자율성을 정말 확실히 보장할지에 대해 그룹 총수의 확약이 필요했다"며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진정한 의지에 대한 우려·의심을 밝혔고, 이 부회장이 완전한 독립성·자율성을 약속·다짐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스스로 준법감시위의 조사·제재 권고 대상에 들겠다고 주문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약속에 그것까지 다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삼성도 준법감시위 출범 직후 "준법감시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 글로벌 수준의 준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준법감시위 외부 위원은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다.
시민단체 인사들은 재벌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노사관계 등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왔던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법조계, 학계 인사들은 기업 범죄 수사나 공정거래·지배구조 연구 등 이력이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언론인 출신으로, 해체된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사장을 했던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 내부에 속하지 않고 별도 외부 기구로 설치된다. 삼성전자·물산·생명·SDI·전기·화재 등 주요 7개 계열사들이 협약을 맺고 위원회에 참여하는 형태다. 참여하는 계열사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으로,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 운영할 것"이라며 "윤리 경영 파수꾼, 준법 감시자 역할을 하는 데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는 삼성 내부, 특히 최고경영진의 법위반 행위를 직접 신고받고 조사하는 권한을 갖는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법·위반 리스크를 사전·사후에 들여다보고 리스크를 인지하면 조사하며, 법 위반을 확인하면 시정·제재와 재발방지 방안을 회사에 요구한다. 각 계열사에 준법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감독하고,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권고·의견을 제시한다.
만약 준법감시위의 요구를 삼성 측이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해 외부에 공표하겠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위원회 요구를 삼성이 이행해야 할 법적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사회적 감시'로 구속력을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준법감시 분야는 ▲ 대외 후원금, 내부거래, 하도급 거래,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 분야 ▲ 뇌물수수, 부정청탁 등 분야뿐 아니라 ▲ 노조 문제 ▲ 경영권 승계 문제 등까지 포함한다.
준법감시위가 공식 출범한 '이후'부터 발생하는 사안을 중심으로 다루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 경우 국정농단 연루, 분식회계 혐의, 노조와해 혐의 등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만드는 원인이 된 사안은 정작 다룰 수 없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청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위원회 설치 이후의 사안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그런 우려를 고려해 위원들과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업 준법제도(컴플라이언스)나 감사위원회 등 이미 존재하는 제도·조직과 어떻게 다를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구한 '숙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기구여서 한시적 면피에 그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가 생기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이 부회장 재판부의 권유"라며 "재판부가 언급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8장의 자율적·실효적 준법감시 프로그램 취지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위원회가 회사 내부와 최고 경영진의 법·위반을 직접 조사하고 신고도 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화려한 제도들보다는 어떻게 구현해냐느냐 하는 '액션플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는 활동 시한을 정하지 않은 상설기구이며, 활동에 필요한 지원은 7개 계열사가 분담해서 맡는다.
'독립성을 보장한다 해도 활동에 삼성의 지원과 개입이 있으니 휘둘리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바로 그런 우려에 대해 사회가 계속 관심을 갖고 감시·검증을 하며 힘을 보태달라"고 언급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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