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세' 연구결과 뒤집어…"기후변화 부정적 영향은 여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증가에 따른 바닷물 산성화가 산호초 어류의 행태까지 부정적으로 바꿔 놓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런 해양 생태계 연구의 대세를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CO₂ 증가에 의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여전히 분명하지만 바닷물 산성화가 산호초 어류 주요 행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닷물 산성화는 금세기 말에 지난 3천만년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10년간 바닷물 산성화가 어류 행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잇단 연구 결과들은 큰 우려를 낳아왔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에 따르면 호주 디킨대학교 생명·환경과학과 클라크 티머시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년에 걸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바닷물 산성화가 산호초 어류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산호초 어류 6종 900여 마리를 대상으로 야생과 수조에서 포식자 회피나 활동량,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 '행동 편측화'(片側化) 등을 관찰했다.
이는 바닷물 산성화가 산호초 어류의 행동과 감각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은 앞선 연구들을 대상 어종이나 개체 수에서 뛰어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선 연구들과 연구방법이나 대상 어종이 비슷했음에도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으며, 산성화가 산호초 어류의 주요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클라크 교수는 "앞선 연구들이 매우 분명하고 확실한 결론을 내려 같은 결과를 재현하는 것이 쉬울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산호초 어류는 일관되게 정상적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몬트리올대학 생물학 조교수 샌드라 비닝 박사는 "일부는 이번 결과에 놀랄 수도 있지만 이것이 바로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면서 "앞선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문을 갖는 것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절차로, 궁극적으로 우리를 진실에 다가서게 만드는 것은 증거의 축적"이라고 강조했다.
몬트리올대학의 도미니크 로슈 연구원은 이와 관련, "기후변화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CO₂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폭풍이 잦아지고 산호 백화현상이 진행되는 등 산호초와 산호초 어류는 이미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 맞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산호초 어류의 행동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감염병 위험이나 서식지 파괴, 산소량 저하 등과 같은 연구가 더 필요한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한 다른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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