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언제든 만나겠다…전문성, 제 경험·이력으로 판단해달라"
"인사는 공정·투명하게…청탁·줄서기에는 불이익"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자신의 임명을 두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노동조합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바른 경영'을 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윤 행장은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일 제26대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그는 업무 5일 차인 이날도 노조의 반발로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하는 대신 금융연수원에서 업무를 챙겼다.
노조와의 갈등 해법을 묻는 말에 그는 "노조에 대화를 제의한 상태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행장은 "언제든지 만나자고 했다"며 "일단 만나서 노조가 걱정하는 게 뭔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듣고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노조는 이런 제안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노조 등 일부의 우려를 알고 있고, 노사 모두 은행 발전을 위하는 마음은 같다고 본다"며 "노조를 협상 파트너로 존중하고 다양한 현안에 의견을 경청해서 건설적이고 성숙한 노사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일각에서 협상 카드로 거론하는 '노조추천이사제'와 관련해선 "어떤 제도든 운용하기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중소기업을 비롯한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슈"라며 "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 앞으로 (노조) 얘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간의 제 경험과 이력을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 관료 시절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경제정책 전반을 담당했다.
은행 현장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는 "현재 보고를 받고 있는데 업무 파악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일부 익숙지 않은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임직원과 함께 풀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행장을 비롯한 임원 선임과정의 절차적 투명성과 관련한 부분은 정부와도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경영 계획과 관련해선 아직은 직원 보고를 받으며 구체화하는 단계라면서도 '혁신 금융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바른 경영'을 키워드로 들었다.
그는 "의사도 실력을 갖추고, 돈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를 위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환자가 신뢰한다"며 "혁신을 통해 은행의 실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의 금융 수요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지속가능한 이익이 수반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이익 확보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부 경영에 있어선 공정과 포용이라는 확고한 기준을 제시했다.
윤 행장은 "직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게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우선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탁과 줄서기에는 불이익을 주는 등 후진적인 관행은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사 기준을 투명하게 정립하고,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성별 다양성, 본부와 영업점 간의 균형, 장애인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배려에도 신경 쓰겠다고 공언했다.
직원 역량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그는 "국제기구에 근무할 때 보면 상사가 자기 시간의 ⅓은 부하 직원의 역량 개발과 경력 관리에 쓰더라"며 "실력을 배양할 기회와 채널을 확대하고 직원 복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는 그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은행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나중에 성과를 갖고 평가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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