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전 세계적으로 해상보험의 보험료가 상승 조짐을 보인다.
국내 보험사는 현재로서는 보험료를 조정하지 않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코리안리[003690]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업계가 파악한 바로는 하루에 원유·콘덴세이트 2천100만 배럴이 이곳을 지난다. 배럴당 60달러 기준으로 12억6천만달러(약 1조4천613억원)어치다.
이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원유·콘덴세이트만 따졌을 때 하루 최대 손해액인 셈이다. 다른 수송 물건이나 선박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손해액은 더 커질 수 있다.
해상보험은 선박이 운송하는 물품이 멸실 또는 손상될 경우 보상하는 적하보험과 선박의 멸실 또는 손실을 보상하는 선박보험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적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상보험료가 오르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을 이유로 요율이 오르고 있다"며 "일부 런던 보험사는 기존 보험료의 1.5∼2배로 적용했다"고 전했다.
사실 해상보험료는 연말·연초만 해도 내릴 분위기였다.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보험료가 크게 오른 데 따른 반락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해상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사우디아라비아(2척), UAE(1척), 노르웨이(1척) 선사의 유조선 4척이 피격됐다.
이어 한달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에서 노르웨이(1척)와 일본(1척)의 유조선이 기뢰 등으로 추정되는 수중 무기로 공격받아 훼손됐다.
보험업계는 이 사고로 최소 5천만달러에서 최대 1억달러 이상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상보험의 특약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보험의 보험료가 10∼20배 급등했다.
전쟁은 통상 보험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만 해상보험에서는 특약 형태로 전쟁에 따른 손해도 보장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서 당장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보험료를 올리지 않고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해상보험의 여건이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해상보험 수익성 악화로 해상보험을 철수한 국제적인 재보험사가 20여곳이나 된다"며 "보험사는 사고가 발생하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 이번 사태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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