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007년 12월 러시아에서 29기 7억달러에 구매
5초만에 5㎞ 비행…이란, 미군 재보복 때 공항 지키려 배치한 듯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현혜란 기자 = 이란 테헤란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한 무기라고 서방에서 주장하는 지대공 미사일은 이란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토르 미사일'(나토명 SA-15 건틀렛)이다.
이란은 지난 2005년 12월 러시아와 맺은 계약에 따라 2007년 29기의 토르 미사일 시스템을 7억달러(약 8천130억원)에 도입해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르는 옛 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 개발돼 198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 군에 실전에 배치된 이동식 지대공미사일로 1~16km 거리, 10m~10km 고도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현재 이란을 포함해 11개국이 토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토르는 행정·경제·군사 시설이나 지상군 부대 등을 적의 순항미사일, 무인기, 전투기 및 헬기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요격용 미사일이다.
레이더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토르는 음속보다 3배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이는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5㎞ 거리를 5초 안에 주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마이클 두이츠만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토르는 한 번에 2개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로, 이란이 구매할 당시 미국이 걱정할 정도의 위력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란군은 자국군 고위사령관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이후 미국이 재보복으로 자국 공항을 노릴 것에 대비해 대공 방어용 토르 미사일들을 테헤란 공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토르 미사일이 실수로 잘못 발사돼 테헤란 공항을 이륙했던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을 수 있다는 것이 서방측 주장이다.
미국 CNN방송은 9일 정보 사항에 정통한 당국자발로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SA-15 2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도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원인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우발적 피격'이라고 밝혔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기관들이 이란의 SA-15 미사일이 여객기를 격추한 것을 확인해주는 이란의 교신을 포착했다는 미 당국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격) 서기 알렉세이 다닐로프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객기가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토르에 맞았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여객기의 미사일 피격설은 배제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로선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시했다. 젤렌스키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이 자체 확보한 증거들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8일 오전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가기 위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출발했던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의 보잉 737-800 여객기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에 탑승했던 167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이란인 82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승무원 9명 포함), 스웨덴인 10명, 아프가니스탄인 4명, 독일인 3명, 영국인 3명 등이 숨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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