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예멘서 활동 사령관 샤흘라이 표적…D데이 같았으나 작전 실패"
솔레이마니 제거 배경 '임박한 위협' 여부 논란 가열 전망
폼페이오, '임박한 위협' 여부 놓고 기자와 설전 벌이기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군이 이란군 최고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살해하던 날, 예멘에 있던 이란 군 고위 당국자를 표적으로 한 또 다른 극비 작전도 디데이로 삼아 개시됐으나 실패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 대상은 자본가이자 예멘에서 활동해온 쿠드스군 핵심 사령관인 압둘 레자 샤흘라이였다. 그러나 샤흘라이를 표적으로 한 공격은 그의 죽음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WP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란 인사에 대한 추가 살해 시도가 드러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그동안 솔레이마니 제거의 명분으로 주장해온 '임박한 위협'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WP는 "실패한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의 솔레이마니 살해가 보다 광범위한 작전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해준다"며 이번 임무가 단순히 미국민에 대한 임박한 공격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도부를 와해시키기 위한 차원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 내 미국의 군사 작전은 비밀에 가려져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샤흘라이에 대한 작전은 여전히 기밀 사항이라면서 작전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 이상으로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길 거부했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작전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국무부와 백악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소식통들이 구체적 임무 및 이를 어떻게 수행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세부 내용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그들이 아는 한 현시점에서 이란혁명수비대 지도부 참수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작전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당시 국방부 관계자들 및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머물고 있던 당국자들은 솔레이마니와 샤흘라이에 대한 공격을 동시에 주시하고 있었으며, 샤흘라이에 대한 작전 성공 시 두 작전을 동시에 발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위 당국자는 WP에 "우리가 그(샤흘라이)를 죽였더라면 우리는 같은 날 밤 '자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도 이들 두 공격은 비슷한 시기에 재가를 받았으며 샤흘라이 공격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서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샤흘라이를 특별히 강력한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국방부는 중동 지역 내에서 알려진 작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테러리스트들 및 미국의 적성국들에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돼온 예멘에서 지난 2일 일어난 공습에 대한 보도를 봤다"고만 언급했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샤흘라이 관련 정보 제공 및 이란혁명수비대의 재정 시스템 교란에 대해 1천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는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예멘 내 샤흘라이의 존재 및 후티 반군에 대한 신형 무기 제공과 관련된 그의 잠재적 역할에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로 5년째로 접어든 예멘 내전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동맹군과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사실상 국제전쟁으로 비화했다. 이란을 견제하는 미국은 사우디 동맹군을 지원해왔다.
WP에 따르면 국무부는 당시 "샤흘라이는 예멘에 활동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11년 워싱턴DC에서 벌어진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살해 기도 사건을 포함, 미국 및 우리의 동맹들을 표적으로 한 공격들에 관여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 당국자들은 1957년생인 샤흘라이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 일원이 카르발라에서 미군 병력 5명을 납치해 살해한 2007년 습격 사건을 비롯, 이라크 내 미군 병력을 상대로 한 공격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고 WP는 보도했다.
샤흘라이를 겨냥한 이번 작전은 유엔이 예멘 내전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이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 동맹군 간 싸움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걸 가급적 피한다는 미 국방부의 임무와도 괴리가 있는 것이라고 WP는 보도했다.
대이란 추가 제재가 발표된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 현장에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기자 간에 솔레이마니 살해 배경과 관련, '임박한 위협' 여부를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졌다.
기자가 '우리는 그것이 언제, 어디서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그것(임박한 위협)은 진짜'라는 폼페이오 장관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을 들어 "그것은 '임박한 위협'의 정의가 아니다"라며 따져 묻자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임박한 위협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위협은 미국 대사관들에 대한 공격도 포함하고 있다. 끝이다 끝(Period. Full stop)"이라며 더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정확히 어느 날, 몇 분에 실행될지는 모르지만 그(솔레이마니)가 미국 국익에 대한 광범위하고 대규모의 공격을 꾸미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분명했다"며 공격이 임박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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