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자 피살 사건' 여파 몰타 총리 사임…"정치적 대가 치러"

입력 2020-01-11 19:31  

'탐사기자 피살 사건' 여파 몰타 총리 사임…"정치적 대가 치러"
7년간 총리직 수행…경제성장 긍정 평가 속 부정부패 만연 오점도
차기 총리 선출 투표 개시…의사 출신 부총리 vs 전직 변호사 의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약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피살 사건'으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몰타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약속대로 자진 사임했다.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프 무스카트(45) 총리는 이날 밤 자신이 속한 집권 노동당원을 대상으로 한 고별 연설을 통해 당수 및 총리직을 떠나 평의원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무스카트 총리는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역시 (비판 기사로) 나에게 상처를 줬지만, 나는 그녀의 가족만큼 고통을 겪진 않았다"면서 갈리치아 기자 사망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내 임기 중에 해결되도록 하고자 정치적으로 큰 대가를 치렀다며 앞으로 노동당의 평의원으로 남아 인권 신장과 젊은이들을 위해 계속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갈리치아는 무스카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차량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한동안 잠복해 있던 이 사건은 작년 11월 총리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정치 암살' 의혹으로 번졌고, 무스카트 총리는 국민적 사임 압박에 직면했다.
이후 대규모 반정부 집회·시위가 이어지며 정국 위기가 고조되자 그는 지난달 1일 노동당의 새 당수 선출 절차를 거쳐 올해 1월 12일부로 총리직을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처음 정권을 잡고서 2017년 재선된 무스카트 총리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등 비교적 건실한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정부패, 정실인사, 환경 파괴 등의 오점을 남겼다는 부정적 평가도 뒤따른다.
노동당은 11일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1만7천500여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한 새 당수를 뽑는 투표를 진행한다.



'당수 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몰타 정치 역사상 처음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현재 외과의 출신 크리스 펀(56) 부총리 겸 보건장관과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로버트 아벨라(42) 의원이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내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펀 부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전망 속에 아벨라 의원이 최근 격차를 크게 좁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 승부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 당수는 선출과 동시에 무스카트 총리로부터 총리 직위를 물려받아 2021년까지인 남은 임기를 채우게 된다.
투표 결과는 이르면 12일 오전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총리는 13일 취임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196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몰타는 인구 43만명으로, 유럽연합(EU)의 가장 작은 회원국으로 꼽힌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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