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마지막 소원으로 세계를 여행 중이던 독일 암 환자가 뉴질랜드 산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와 함께 여행에 나섰던 아들은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웃으며 행복해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매체 스터프는 지난 10일 뉴질랜드 북섬 통가리로 산을 등반하던 독일인 관광객 게르트 와일드(75)가 심장마비로 숨졌다면서 전립선암을 앓고 있던 그는 아들 지몬과 함께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세계 일주를 하고 있었다고 12일 소개했다.
베를린에서 치과의사로 일했던 와일드는 지난 6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해왔으나 암이 이미 전신에 퍼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터프는 이날 정오 무렵 산길을 걷던 중 와일드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제세동기를 실은 응급헬기까지 출동했으나 살려내지는 못했다면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몬은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끝까지 즐기며 살았다면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도 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코스타리카와 호주를 거쳐 나흘 전 뉴질랜드에 도착해 2주 일정으로 여행 중이었다. 이들의 다음 여행 목적지는 누벨칼레도니였다.
지몬은 "아버지가 숨지기 직전에 사진을 찍어드렸다. 그가 웃으며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후 잠깐 쉬고 싶다고 해서 앉았는데 쓰러졌다. 10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멋진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정말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즐겼고 그게 마지막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나서 조금 있자 같은 코스를 등반하던 프랑스 여행자 알랭 케이요와 스웨덴 의사 한 명이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밝혔다.
케이요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쓰러진 남자가 여전히 약하게 호흡을 하고 있어 스웨덴 의사와 자신이 소생술을 시도했다며 그러나 살려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자가 내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며 "그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아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고통도 없이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급헬기도 신고 후 40여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해 제세동기로 소생을 시도했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지몬은 그런 장소에 제세동기가 가까이 있었다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아버지는 병이 깊어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것을 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k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