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장기화에 양안관계 경색까지…'중국몽' 흔들(종합)

입력 2020-01-12 14:21  

홍콩시위 장기화에 양안관계 경색까지…'중국몽' 흔들(종합)
독립 성향 차이잉원 재선…中, 대만 경제 압박 가속할 듯
中전문가들 "차이잉원 공격적 정책시 양안 갈등 증폭"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부르짖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이 새해 벽두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가 신년에도 지속하는 데다 홍콩에 자극을 받은 대만마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대선에서 압승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대만 통일'이 손에서 멀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경색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 경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하나의 중국'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원심력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집권 후 초강대국 구상인 중국몽을 내세우며 경제, 군사 강국과 더불어 반환받은 홍콩, 마카오를 포함해 대만까지 통일해 명실공히 '큰 중국'을 만들려는 목표를 가졌다.
실제로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떠오르면서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매김했으며,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일국양제를 내세우면서 실질적인 통합을 가속해 성공적으로 집권 2기에 들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 구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초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8개월째 이어지면서 시진핑 주석의 중국 통합 정책인 일국양제가 도전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의 신임을 바탕으로 캐리 람 홍콩 특별행정구 장관은 강경 진압과 요구 조건 일부 수용 등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홍콩 시민들의 지속적인 시위에 특단의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홍콩에 대한 중국의 강경 개입으로 사태 해결의 돌파구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 가운데 결과적으로 양안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홍콩 사태는 대만인들에게 일국양제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줬고, 이로 인해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 통합'을 내세우는 후보보다 '대만 주권'을 강조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 더 많은 표를 던지는 양상이 빚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홍콩 사태 전까지만 해도 대만인들은 대만 독립을 외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차이잉원 총통보다는 중국과 상생을 내세운 한궈위 후보에 호감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홍콩 사태를 계기로 많은 대만인이 차이잉원 총통 편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콩, 마카오에 이어 대만까지 일국양제 시스템으로 통합한 뒤 중국을 하나로 묶으려는 구상은 시 주석 집권 2기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공산이 커졌다. 따라서 향후 시 주석의 장기 집권 플랜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독립 성향인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으로 중국과 대만 간 대립과 갈등이 예상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기존의 대만에 대한 유화책보다는 경제 및 관광 제재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 부분의 대만 경제가 중국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경제적인 수단으로 대만을 흔들어 차이 총통이 '대만 독립'을 대놓고 추구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취역한 중국산 항공모함 '산둥함'을 중국 남부 해역에 배치해 지속해서 대만 해협을 압박하면서 대만의 안보 불안을 가중해 대만이 중국에 협조적으로 나오게 하는 방식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차이잉원 총통은 이번 대선 승리를 계기로 중국이 대만을 인정하는 전제 아래서 대화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커져 일국양제가 험로에 진입했으며 양안 간 갈등은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중국은 바티칸과 수교 등으로 대만을 고립된 섬으로 압박하고 새 항모로 대만에 군사적 위협을 높일 것"이라면서 "대만에 대한 포용적인 친대만 경제 정책도 거의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난카이대의 홍콩·마카오·대만 문제 전문가인 리샤오빙도 "올해 차이 총통은 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구사하면서 집권 세력의 결속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경우 양안 관계는 확실히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양안 관계 또한 미국이 '대만 관계법'을 통해 대만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중국이 지나치게 대만을 압박할 경우 미·중 무역 분쟁에 이어 양안 문제 또한 큰 갈등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만을 정조준해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 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언급하면서 "이를 토대로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쑹루정 푸단대 중국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대만 문제에 추가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자제하고 평화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만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중국에 도발하기에 앞서 잠재적인 위협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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