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소국 몰타 새 총리에 변호사 출신 초선의원 선출

입력 2020-01-12 17:05  

지중해 소국 몰타 새 총리에 변호사 출신 초선의원 선출
로버트 아벨라, 당수 선거서 57.9% 득표…내일 총리 취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탐사기자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한 몰타 총리 후임으로 변호사 출신의 초선 의원이 선출됐다.
12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몰타 집권당인 노동당이 전날 실시한 당수 선거에서 로버트 아벨라(42) 의원이 57.9%를 득표해 크리스 펀(56) 현 부총리 겸 보건장관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원 1만7천500여명 가운데 92%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
노동당의 새 당수가 된 아벨라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한 조지프 무스카트(45) 총리로부터 총리직을 승계하게 된다. 남은 임기는 오는 2022년 9월까지다.
변호사 출신인 아벨라 의원은 2017년 총선을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실상 정치 신인이다. 내각 장관직도 수행한 적 없다.
애초 현 내각 장관들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외과 의사 출신의 펀 부총리의 승리가 점쳐졌으나 막판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며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아벨라 의원의 부친 역시 노동당 출신 유명 정치인이다.
2008년 당수 선거에 출마했다가 무스카트 총리에게 고배를 마신 뒤 이듬해 대통령으로 선출돼 5년 임기를 마쳤다.



아벨라 의원은 선거에서 승리한 뒤 겸손한 자세로 경쟁자인 펀 부총리와 함께 일할 것이라는 짤막한 당선 소감을 밝혔다.
무스카트 총리도 아벨라 의원의 승리를 축하하며 13일 총리직을 인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벨라 의원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 노동당 신임 당수 자격으로 첫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번 당수 선거는 2년 전 발생한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 여파로 무스카트 총리가 노동당 당수 및 총리직에서 자진 사임하기로 함에 따라 치러졌다.
몰타 정치 역사상 집권당 당수가 총리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보궐 선거가 치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갈리치아 기자는 무스카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차량 폭발로 숨졌다.



한동안 잠복해 있던 이 사건은 작년 11월 총리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르며 '정치 암살' 의혹으로 번졌고, 무스카트 총리는 거센 사임 압박에 직면했다.
이후 대규모 반정부 집회·시위가 이어지며 정국 위기가 고조됐고, 그는 결국 지난달 1일 새 당수가 선출된 직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지난 10일 노동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고별 연설에서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에 사죄를 표하며 앞으로 노동당의 평의원으로 남아 인권 신장 등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처음 정권을 잡고서 2017년 재선된 무스카트 총리는 유럽연합(EU) 평균을 훨씬 웃도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재정 흑자 등 비교적 건실한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부패, 정실인사, 환경 파괴 등의 오점을 남겼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이탈리아반도 아래 지중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몰타는 인구 49만명으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의 국가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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