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미군 무인기 격추된 이후 결정…"미국인 피격사망 발생시 살해 가능"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인이 사망할 경우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한다는 계획을 작년 6월에 이미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미국 NBC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5명의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해 솔레이마니 살해를 위한 어떤 작전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한다는 조건을 붙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솔레이마니는 지난달 27일 이라크 키르쿠크 미군기지에서 로켓포 공격으로 미국인 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후인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국의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
솔레이마니 제거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승인이 이뤄진 작년 6월은 이란이 자국의 영공을 침해했다며 미군 무인기를 격추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
'이란 강경파'인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승인해 보복할 것을 촉구했고, 역시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인 살해'라는 레드라인을 넘을 때만 그 조처를 하겠다고 말하며 솔레이마니 제거 승인을 거절했다고 NBC는 보도했다.
솔레이마니 제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17년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가안보 전략을 놓고 다른 당국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대이란 최대압박 캠페인의 다양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었고, 우선 조치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8년 4월 볼턴이 맥매스터를 대체하면서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이후 솔레이마니 제거 카드가 좀 더 진지하게 다뤄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솔레이마니 살해라는 강경책을 꺼내 든 것은 작년 10월 이후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에 대해 10차례가 넘는 공격이 계속 이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하는 카타이브-헤즈볼라 소행이라고 비난했지만 갈수록 공격이 정교하고 규모도 커지자 이란이 장비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7일 미국인 피격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미국의 29일 카타이브 헤즈볼라 기지 폭격에 뒤이어 31일 항의 시위대의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까지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제거를 최종 승인했다고 한다.
군 수뇌부는 솔레이마니를 이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밤 늦은 시간에 제거하는 것이 다른 선택지보다 사상자가 더 적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다만 실제 공습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뤄졌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6월 이미 솔레이마니 제거를 조건부로 승인한 것은 미국인에 대한 이란의 '임박한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솔레이마니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정당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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