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아르헨티나·미국·한국서 안토니 곰리 등 세계적 미술작가 참여
'다양성에 대한 긍정' 등 BTS 추구 철학을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
뷔 "예술 직접 관람하면 좋은 경험"·제이홉 "아미와 관객에 보답 기회" 희망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하이드 파크 안에 자리잡은 현대미술 대표 갤러리 중 하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궁과 왕실 가족들이 사는 켄싱턴궁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주로 근현대 작가의 예술작품을 전시한다.
가는 빗줄기가 공원 곳곳을 적시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서펜타인 갤러리에는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야코프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 슈테파니 로젠탈(Sthephanie Rosenthal), 벤 비커스(Ben Vickers) 등 현대미술계 유명 작가와 큐레이터 등이 이른 아침부터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 유명인들을 하나로 연결(connect)한 것은 바로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
이날 갤러리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세계 최초로 열린 '커넥트, BTS'(CONNECT, BTS) 행사에는 이들 현대미술 유명인사들 외에 수십여명의 외신기자들이 몰려 잔칫날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 역시 화상연결을 통해 행사에 참여했다.
'커넥트, BTS'는 방탄소년단이 국적과 장르, 세대가 다른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 작가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다.
이날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 한국 서울 등 5개국에서 3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새 앨범 'MAP OF THE SOUL : 7' 발매를 앞둔 방탄소년단이 순수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에 도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번 협업에는 곰리와 스틴슨 외에도 토마스 사라세노, 한국의 강이연 등 세계적 현대미술 작가 22명이 참여해 글로벌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다양성에 대한 긍정' 등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철학을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놨다.
한국의 이대형 아트 디렉터(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가 총괄 기획을, 런던의 벤 비커스와 케이 왓슨(Kay Watson), 베를린의 슈테파니 로젠탈과 노에미 솔로몬(Noemie Solomon), 뉴욕의 토머스 아널드(Thomas Arnold)가 큐레이터로 국가별 전시를 기획했다.
이대형 디렉터는 "다양성에 대한 긍정,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에 대한 소망 등 방탄소년단이 추구해 온 철학과 가치,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더욱 확장하기 위한 역사적인 '공동 전시기획'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글로벌화되고 있지만 점점 주변과는 '분리'(disconnect)되고 있다"면서 "이번 '커넥트, BTS' 프로젝트의 비전은 '결속'(solidarity)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 미술이 갖고 있는 철학 등은 대중과의 만남에 제한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BTS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들의 메시지가 이너서클(inner circle)만이 아니라 대중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미술계의 협업은 콘텐츠와 콘텐츠의 만남이었다면, 이번 '커넥트, BTS' 프로젝트는 콘텐츠와 컨텍스트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날 갤러리에는 덴마크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야콥 스틴슨이 실제 야생의 숲속 풍경을 스캔해 재구성한 작품 '카타르시스'(Catharsis)가 전시됐다.
실재하는 숲속 풍경을 촬영해 연출한 가상의 풍경이 디지털 영상 이미지로 구현됐다.
스틴슨은 이미지 구현을 위해 다양한 시간대 숲속의 모습을 촬영하고 다양한 기법을 접목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이 '연결'(connect)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날 런던을 시작으로 다음날인 15일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에서는 '치유를 위한 의식'이라는 주제로 퍼포먼스 전시 프로그램이 열리게 된다.
21일부터는 아르헨티나 소금 사막에서 설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가 자신의 작품 '에어로센 파차'(Fly with Aerocene Pacha)를 아르헨티나 북부에 위치한 살리나스 그란데스에서 공개한다.
설원처럼 펼쳐진 광활한 대염전 위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공기와 태양열, 바람만을 이용한 공중부양장치를 띄운다.
스타 조각가 안토니 곰리는 오는 2월 4일부터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피어3에서 자신의 작품 '뉴욕 클리어링'을 공개한다.
이 작품은 18km에 달하는 알루미늄 선으로 구성한 입체 조형물로, 관객이 작품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의 고향 한국에서는 오는 2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전시 프로젝트를 개막한다.
영국 출신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는 빛과 안개를 이용해 다양한 질감과 감성을 연출한 공간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한국 작가 강이연은 방탄소년단의 주요 안무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작업을 아카이브 전시 섹션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강이연 작가는 "런던의 다양한 아미(Army)들을 직접 만나 왜 그들이 BTS를 좋아하는지에서 영감을 얻은 뒤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BTS의 파워풀한 춤을 7명의 현대 무용수를 통해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아미의 '익명성'을 감안해 무용수들이 직접 드러나지 않고 천 뒤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시각화해 DDP에 있는 가로 세로 높이 9m 크기의 정육면체 방을 영상으로 채울 계획이다.
이날 프로젝트의 의미와 참여작가들의 작품 설명 등을 영상으로 지켜본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각자의 소감을 밝혔다.
뷔는 "우리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해 많이 배웠다"면서 "예술을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직접 관람하면서 본인만의 떠오르는 감정에 집중하면 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공공예술은 함께 나눌 때 더 빛이 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아미와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리더 RM은 "이 프로젝트의 일부분이 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고 흥분된다"면서 "최근에 미술과 미디어 아트, 공간 미술, 큰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했는데 새로운 세상을 만날 때마다 충격과 영감을 받는다. 우리가 서로를 연결(connect)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런던에서 공개된 '카타르시스' 작품은 '커넥트, BTS'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감상할 수 있다.
5개 도시의 전시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등장하는 특별한 도슨트를 경험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네 번째 정규 앨범 'MAP OF THE SOUL : 7'은 오는 2월 21일 오후 6시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새 앨범 발매에 앞서 오는 17일 선공개곡을 발표한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 7인으로 구성된 글로벌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은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며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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