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한국전서 최단시간 골…에르도안 대통령 비판해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터키 현 정권의 반대편에 선 축구 스타 하칸 쉬퀴르(49)가 미국에서 우버 운전기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독일 일요지 '빌트암존탁'이 지난 12일 보도했다.
터키 축구 대표팀의 간판이던 쉬퀴르는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 전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경기 시작 10.8초 만에 득점을 올려 국내 축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골은 지금까지도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이른 시간 득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쉬퀴르는 터키 리그의 갈라타사라이에서 뛰면서 2000년 UEFA컵 우승의 주역이 됐고,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밀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블랙번 등에서 활약하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쉬퀴르는 은퇴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성공적으로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그러나 쉬퀴르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의원직에서 사퇴한 뒤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결국 그는 2015년 부인 및 자녀 3명과 함께 미국행을 선택했다.
쉬퀴르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정착해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2018년 12월 문을 닫았다.
쉬퀴르는 벨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감옥에 갇혔고, 미국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에 있는 수천만 달러의 재산이 몰수됐다"면서 "우버에서 운전 일을 하고 있고, 책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연계된 모든 이들은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에르도안은 나에게서 자유에 대한 권리, 표현에 대한 권리, 일할 권리 등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터키를 떠날 당시를 회상하면서 "내 아내의 가게에 돌이 날아들었고, 아이들은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쉬퀴르는 2016년 터키에서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에는 쿠데타 조직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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