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전용기 사실 분"…1년째 안팔린 멕시코 대통령기 어쩌나

입력 2020-01-15 05:43   수정 2020-01-15 17:39

"초호화 전용기 사실 분"…1년째 안팔린 멕시코 대통령기 어쩌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공약으로 매각하기로 했던 기종
미국서 주인 기다리다 다시 멕시코로…"시간제 임대 등도 고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새 주인을 기다리며 1년 넘게 미국 격납고에 머물렀던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가 결국 주인을 찾지 못하고 멕시코로 돌아오게 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매각을 기다렸던 전용기를 곧 다시 멕시코로 가져온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매각 예정인 다른 정부 소유 항공기 32대, 헬리콥터 39대와 함께 대통령기도 멕시코에서 경매에 부칠 예정이라며, 여러 명이 함께 구매하도록 하거나 시간제로 대여하는 방안 등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통령 전용기 TP01의 매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의 이 전용기는 전임자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2016년 2억1천800만 달러(약 2천525억원)를 주고 사들인 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긴축 정책과 대통령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전용기를 내놓고 취임 이후 민항기로 출장을 다녔다.
그가 공항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고 보안 검색을 받으며 취임 1년 후 129번 민항기를 타는 동안, 보잉사 격납고에 있는 전용기는 쉽사리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정부는 몇 차례 구매 후보가 있다고 전했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구매 희망자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막판에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만히 서 있는 전용기의 보관과 유지·보수에 쓴 비용만도 2천800만 페소(약 17억2천만원)에 달한다고 멕시코 정부는 밝혔다.
앞서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매각을 앞둔 전용기의 유지비가 사용할 때 드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계속 미국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유지비를 지불하는 대신 멕시코로 도로 가져와 대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1년 넘게 찾지 못한 구매자를 멕시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용기의 매각 예상가는 구입 가격의 절반을 조금 넘는 1억3천만 달러(약 1천506억원)이다.

전용기 기종은 여객기로 쓰이면 280석가량의 좌석이 확보되는 기종인데 전용기로 구매하며 좌석이 80석으로 줄었다. 대신 호화로운 대통령 침실과 개인 욕실까지 갖췄다.
다시 상용기로 개조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이 정도 호화로운 전용기가 필요한 개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한때 포브스 세계 부자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슬림 역시 자산에 비해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호화로운 비행기는 우리나라의 빈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며 전임자의 전용기 마련을 비판하면서도, 기자들에게 전용기 브로슈어를 내보이며 전용기 '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곧 기업인들과 만나 전용기 공동 구매 등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경매에 앞서 직접 전용기에 올라 홍보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은 "없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내저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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