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우크라 여객기 격추 다룰 특별법정 추진"

입력 2020-01-15 09:56   수정 2020-01-15 10:00

이란 대통령 "우크라 여객기 격추 다룰 특별법정 추진"
혁명수비대는 정작 '격추 영상' 촬영자 체포…"진상규명 놓고 이란 내 갈등"
NYT 격추 영상 추가공개…"23초 간격 2발 맞고 몇분 후에 폭발"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특별법정을 설치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격추 주체인 혁명수비대는 피격 정황을 보여주는 동영상 촬영자를 체포하는 등 진상규명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14일(테헤란 현지시간) 고위 법관 1인과 전문가 수십명으로 구성된 특별법정을 설치해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사건을 심리하는 방안을 법원에 요청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란 국영 매체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것은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다. 전 세계가 이 재판을 지켜볼 것"이라며 특별법정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란 법원의 골람 호세인 이스마일 대변인은 추락 현장에서 회수된 비행기록장치를 프랑스로 보내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8일 우크라이나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 PS752편이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쏜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다.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이란 당국은 사건 초기 '기계적 이상'을 추락 이유로 밝혔다가 동영상 등 피격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이어지고 서방 정상들이 '우발적 격추'에 무게를 싣자 사흘만에 미국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했다고 시인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정직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히면서, 사건의 책임을 어느 한 사람의 실수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경계했다.
공군 지휘관 출신인 로하니 대통령은 "공중방위 문제에 익숙한 내가 보기에 이번 일은 한 사람의 책임일 리가 없다"며 "발사 단추를 누른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책임질)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대변인 알리 라베에이는 사건 초기 '기계적 이상'을 추락 원인으로 주장한 데 대해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라며 우회적으로 혁명수비대에 책임을 돌렸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낸 반면, 격추 주체인 혁명수비대는 테헤란 상공에서 여객기가 격추되는 당시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밝혀진 이란인을 체포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대통령이 아니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는 조직이다.
사건 대처 과정에서 정부와 혁명수비대가 배치되는 신호를 내보내는 것은 이란 지도부 내 권력 투쟁 양상을 드러낸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날 테헤란 등에서는 피격과 격추 사실 은폐에 항의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이란 사법당국에 따르면 여객기 격추 항의 시위 현장에서 붙잡혀 일시적으로 억류된 롭 매케어 이란 주재 영국대사를 포함해 시위 참가자 약 30명이 연행됐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7일 금요기도회에서 설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대형 위기 때에만 금요기도회 설교대에 섰는데, 가장 최근은 8년 전이다.


격추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14일 추가로 인터넷에 공개됐다.
새 영상은 미사일 발사 지점 근처에 있는 군사시설로부터 6.5㎞ 떨어진 비드카네 지역의 건물 지붕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을 보면 여객기가 먼저 미사일에 맞고 나서 약 23초 후 또 한발을 맞았으며, 화염에 휩싸인 기체는 테헤란 공항 방향으로 선회하다 몇분 후 폭발, 추락했다.
지금까지 여객기의 교신 송수신기 작동이 중단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새 영상으로 볼 때 첫 번째 미사일에 송수신기가 파괴된 것 같다고 NYT는 추정했다.
NYT는 또 여객기가 피격 당시 분당 2천피트(약 610m) 속도로 고도를 올리고 있었던 운항 궤적을 보면 '미국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했다'는 혁명수비대의 해명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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