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인쇄본은 공저로 표기…2쇄부터 전임 교황 이름 빠질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가톨릭 사제가 결혼하지 않는 전통인 '사제독신제'를 두고 전임 교황과 현직 교황 간 갈등 논란을 부른 책이 15일(현지시간) 예정대로 출간됐다.
ANSA 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인 로버트 사라 추기경(74·기니)이 쓴 책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가 프랑스에서 출간돼 현지 최대 서점 체인인 '프낙'(FNAC) 등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책의 표지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92)와 사라 추기경의 사진과 함께 나란히 공저자로 표기됐다.
프랑스의 출판사 측은 약속된 출간일을 지키고자 이미 인쇄된 초판은 예정대로 시중에 풀고, 2쇄부터 수정된 저자 표기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은 조만간 미국 등에서 영어판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바티칸 교황청이 자리한 이탈리아에는 이달 말 서점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지난 12일 프랑스 유력 매체를 통해 일부 내용이 공개되며 가톨릭 교계에 거센 파장을 불렀다.
남미 아마존 등 사제 수가 절대 부족한 일부 지역에 한해 가톨릭 교세 유지를 위해 사제독신제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사제독신제를 둘러싸고 전임 교황과 현직 교황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사임 당시 후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하며 세상 뒤에 숨어 조용히 지내겠다고 한 베네딕토 16세가 스스로 약속을 깼다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베네딕토 16세 측은 전임 교황이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허락한 적 없다며 이름을 빼달라고 사라 추기경에게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날 공개했고, 사라 추기경도 이 요청을 받아들여 공저 표기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 측은 사라 추기경과의 협의를 거쳐 추기경을 단독 저자로 표기하되 베네딕토 16세가 집필에 관여했다는 식으로 저자 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리 등에서 보수적 관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등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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