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성 지역서 만들어져 혜성 타고 지구 온 과정 규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燐)은 인간의 DNA와 세포막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필수 구성물질 중 하나다. 이런 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구에 도착해 생명체 출현에 힘을 보태게 됐는지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우주의 별 생성 지역에서 인 분자가 형성돼 혜성을 타고 지구로 왔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지구 생명체 출현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퍼즐 조각이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위스 베른대학에 따르면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연구소(INAF)의 빅토르 리빌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의 생명체 출현에 '일산화인'(phosphorus monoxide·PO)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초정밀 안테나 66개로 구성된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를 통해 마차부자리에 있는 별 생성지역인 'AFGL 5142'를 집중 관측했다.
AFGL 5142는 충분한 공간분해능을 얻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데다 태양이 형성된 곳처럼 크고 작은 별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거대한 구름이어서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AFGL 관측을 통해 일산화인과 같은 인을 가진 분자가 대형 별이 만들어질 때 형성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원시 별에서 흘러나온 가스 흐름의 충격이 성간구름에 구멍을 만들고, 원시별의 자외선 복사에 의한 빛과의 화학반응이 구멍의 벽을 따라 인을 가진 분자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구역에서 일산화인이 가장 흔한 인 분자라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별 형성 지역에서 일산화인이 성간 먼지 알갱이를 둘러싼 얼음에 갇히고 이 알갱이들이 서로 뭉치면서 자갈이 되고 미행성(微行星)을 거쳐 궁극에는 혜성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인 분자를 가진 화합물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유럽우주국(ESA)의 로제타호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를 2년간 탐사하면서 질량분석계 '로지나'(ROSINA)로 수집한 자료도 종합적으로 다시 검토했다.
이전에는 인이 있는 것으로만 짐작됐을 뿐 어떤 분자가 이를 가졌는지 몰랐으나 일산화인에 초점을 맞춰 재분석한 결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로지나 책임 연구원이자 논문 공동 저자로 참여한 베른대학 물리학연구소의 캐슬린 알트웨그 교수는 "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생명체의 필수 요소"라면서 "혜성이 상당량의 유기화합물을 지구로 가져다 줬듯이 혜성 67P에서 발견된 일산화인은 혜성과 지구 생명체 간의 관련성을 강화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지구에 생명체 구성 물질을 전달하는데 있어 혜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지만 우주의 생명의 기원에 관한 얘기 중 일부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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