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취임 후 고위급 물갈이 속도…검찰총장도 교체 목소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피살 사건' 여파로 총리까지 교체된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몰타에서 고위급 인적 청산이 가속화하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로런스 쿠타자르 경찰청장이 17일(현지시간) 로버트 아벨라 신임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쿠타자르 청장은 사직서에서 새 내각이 수사기관 개혁에 본격 착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경찰 조직의 수장 자리에 오른 쿠타자르 청장은 취임 1년 뒤 터진 갈리치아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도 실패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왔다.
갈리치아 기자는 2013년부터 집권해온 조지프 무스카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괴한이 설치한 차량 폭발물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사건 한 달여 뒤 폭발물을 설치하고 터뜨린 현장 실행범들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으나 배후 세력이 있는지, 그들이 누구인지는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는 2년간 공회전하다 사건에 깊이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몰타 유력 기업가 요르겐 페네치가 체포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무스카트 전 총리의 최측근인 총리 비서실장과 일부 장관들이 갈리치아 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아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거센 파문을 일었다.
무스카트 총리는 반정부 집회·시위가 연일 이어지며 정국 위기가 고조되자 결국 지난 12일 자진해서 사퇴하고, 집권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후임으로 선출된 아벨라 총리에게 권력을 승계했다.
시민단체 등은 쿠타자르 청장 외에 피터 그레크 검찰총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아벨라 총리는 이날 쿠타자르 경찰청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경찰청장 선임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총리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경찰청장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아벨라 총리는 취임 이틀 만인 지난 15일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에 연루돼 사표를 낸 크리스 카르도나 경제장관과 콘라드 미치 관광장관 등 일부 각료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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