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흔들 때 아냐"…"대통령 경제이해 유치" 총리 녹음파일 파문 수습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뒷담화'로 파문을 일으킨 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고 AFP 통신 등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알렉세이 곤차룩 총리를 직접 만나 면담하면서 "생각을 좀 했지만 이게 옳을 것 같아서 총리와 총리 내각에 (새로운)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그러면서 "현재 아주 중요하고, 우리 사회가 몹시 걱정하는 몇몇 사안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지금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나라를 흔들 때가 아니다"라면서 "총리와 내각이 국민으로부터 큰 믿음을 받았는데 아직 그것에 보답하지 못했다"고 총리의 사의를 반려한 이유를 설명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곤차룩 총리에게 시급히 처리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내각의 약점을 점검해 일부 각료를 교체하고, 일부 부처를 분할하는 등으로 내각을 재편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또 공직자들의 적절한 임금 수준과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의 경영 상황 등에 대해 보고하고 의회에 제출할 정부 활동 중간 보고서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곤차룩 총리는 "나도 경제 문외한이지만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아주 유치한 수준의 이해밖에 없다"고 말한 비공개회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인터넷에 유포되며 정가에 파문을 일으킨 이 녹음 파일에는 총리와 중앙은행 부총재, 재무장관, 대통령실 부실장이 대통령에 보고할 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곤차룩 총리는 녹음 파일이 유포되자 "정부 내 회의 내용 녹음을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대통령에 대한 우리의 존경과 믿음에 대한 의심을 불식하기 위해 사직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총리의 '뒷담화 파문' 녹음파일 사건을 '매우 불쾌한 상황', '스캔들'이라고 묘사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총리의 사의 표명 하루 뒤 이를 반려하면서 재신임 뜻을 밝혔고 이에 곤차룩 총리는 "업무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곤차룩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자유 경제 개혁의 지지자인 곤차룩 총리를 내치는 것은 정권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 경제 전문가인 티머시 애시는 AFP에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는 것은 개혁가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35세인 곤차룩 총리는 지난해 8월 젤렌스키 대통령에 의해 우크라 역대 최연소 총리로 지명됐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부패로 얼룩진 경제를 되살리는 임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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