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당첨되면 비행기 준다?…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처분 고심

입력 2020-01-18 08:46  

복권 당첨되면 비행기 준다?…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처분 고심
멕시코 대통령, '매각 난항' 전용기 처분 위해 복권 발행 아이디어 제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복권 1등에 당첨되면 대통령이 쓰던 초호화 비행기를 준다?
쉽사리 팔리지 않는 대통령 전용기 처분을 놓고 고심 중인 멕시코가 '복권 발행'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전용기를 상품으로 걸고 복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장당 500페소(약 3만1천원)에 복권 600만 장을 발행한 후 1등 당첨자 한 명에게 전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복권이 모두 팔릴 경우 수익금은 30억 페소(약 1천855억원)로, 전용기 가격 1억3천만 달러(약 1천506억원)를 웃돈다. 남은 돈은 당첨자가 1∼2년간 비행기를 운용하고 유지하는 비용으로 준다는 것이 대통령의 구상이다.
전임 대통령이 구입한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의 초호화 전용기는 요새 멕시코 정부의 애물단지다.
지난 2018년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대통령 전용기 TP01의 매각을 선언했다. 그는 "이 정도 비행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없다"며 멕시코 현실과 동떨어진 호화로운 대통령기를 비판했다.

과감히 특권을 내려놓은 대통령은 취임 후 다른 승객들과 함께 민항기를 탔지만, 매물로 내놓은 전용기는 1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고급스러운 개인 침실과 욕실을 만든 대신 좌석은 80여 석뿐이어서 여객기로 활용할 수도 없다.
전용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보잉사 격납고에서 매각을 기다리는 동안 멕시코 정부가 보관과 유지에 쓴 비용만도 2천800만 페소(약 17억3천만원)에 달했다.
결국 멕시코 정부는 하릴없이 보관료를 내느니 멕시코로 도로 가져와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날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용기 처리 방안으로 복권 발행을 포함해 총 다섯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조금 밑지고 파는 방법이다.
전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2016년 이 비행기를 2억1천800만 달러에 사들였는데 지금의 가격은 절반이 조금 넘는 1억3천만 달러가 됐다.
멕시코 대통령은 전용기 구매에 관심을 보였던 희망자 한 명이 비행기가 멕시코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1억2천500만 달러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엔의 감정가인 1억3천만 달러 이하로는 팔 수 없다는 것이 일단 멕시코 정부의 입장이다.

두 번째는 미국 정부에 전용기를 팔고 현금 대신 구급차, 엑스레이 기계 등 의료 장비를 대신 받아 공공의료시설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12곳의 멕시코 기업들이 공동으로 구매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과 시간당 돈을 받고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대안들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난 그냥 아이디어들을 말한 것이고 사람들이 무엇이 최선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처음 제시된 복권 발행 아이디어는 곧바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비에르 히메네스 에스프리우 교통장관조차 복권 발행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고 현지 일간 레포르마는 전했다.
일단 비행기 상품을 타기 위해 그렇게 많은 이들이 복권을 살지도 의문이고, 당첨금에 1∼2년 치 관리비가 포함된다고 해도 그 이후 막대한 관리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날 인터넷상에는 빈민가 마당에 거대한 전용기가 생뚱맞게 서 있거나, 전용기를 집 삼아 생활하는 모습, 전용기를 타고 편의점에 다녀오는 모습 등을 담은 합성 이미지가 속속 올라오기도 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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