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사진 단서로 매장지 특정…14명 중 2명 한반도 출신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에 군속(軍屬, 군무원에 해당)으로 동원됐다가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하기 위해 다음 달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민들이 직접 삽을 든다.
19일 사단법인 평화디딤돌, 모토부초(本部町) 겐겐(健堅)의 유골을 고향에 돌려보내는 모임,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등 한일 양국 시민단체로 구성된 '겐겐 유골발굴 공동실행위원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시민 약 60명이 2차 대전 중 사망자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오키나와현 모토부초 겐겐의 한 주차장 부지에서 다음 달 8∼12일 유골 발굴 작업을 벌인다.
이곳에는 오키나와에서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지상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45년 2월 11일 발생한 히코산마루(彦山丸)호 피격과 관련된 희생자 14명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키나와 시민단체인 '오키나와 한(恨)의 비(碑)'가 미국 잡지 라이프 1945년 5월 28일 자에 실린 사망자 14명의 묘표(墓標, 사망자의 이름 등을 적어 무덤 앞에 설치한 표시물) 사진과 주민 증언, 징용 명부 등을 토대로 매장 추정지를 특정했다.
여기에는 일본군 군속으로 동원된 한반도 출신 김만두(사망 당시 23세) 씨와 명장모(" 26세) 씨의 유골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련 시민단체들은 예상한다.
라이프지의 사진에는 김 씨의 성명이 '김산만두'(金山萬斗)로, 명 씨의 성명이 '명촌장모'(明村長模)로 기재돼 있다.
당시 일본식 성명 강요에 따라 성(姓)을 고친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시아 시민들이 유골 발굴에 나선 것은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는 매장된 이들이 누군지 추정할 단서가 있기 때문에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골을 유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비교적 큰 것으로 관측된다.
김 씨와 명 씨의 유족과도 연락이 닿아 있는 상태다.
유골을 발견하더라도 매장된 이들이 누군지 범위를 좁힐 단서가 없으면 통상 사망자 신원을 파악하거나 유골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간단하지 않다.
발굴된 유골 중에 김 씨와 명 씨의 유골이 포함됐는지는 DNA 감정 등을 거쳐야 확인될 전망이다.
유골 보존 상태 등이 관건이다.
오키나와 한의 비에서 활동하며 이번 발굴을 준비하고 있는 오키모토 후키코(沖本富貴子) 씨는 "(DNA 감정 등이) 가능한지는 유골을 꺼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한국, 대만, 오키나와 등 일본 각지에서 발굴 작업 참가 희망자를 모집 중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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