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의회 앞서 시위대·경찰 또 충돌…400명 가까이 부상(종합)

입력 2020-01-19 17:35  

레바논 의회 앞서 시위대·경찰 또 충돌…400명 가까이 부상(종합)
3개월여 시위 사태 속 최대 부상자…아운 대통령, 폭동진압 지시




(서울·카이로=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가 다시 격화하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 의회 인근에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했다고 로이터·dpa통신이 보도했다.
새 내각 구성이 늦어지는 데 항의하며 열린 이날 시위는 무리가 의회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거칠어졌다.
시위대가 경찰에 돌과 화분을 던지고,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가스로 맞대응하면서 부상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시위대는 돌로 주변 은행의 창문을 부수고, 자동입출금기에 불을 질렀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구급 차량은 자욱한 최루가스 연기를 헤치고 연신 부상자를 실어날랐다.
시위 현장은 파손된 신호등과 부러진 나뭇가지, 돌로 어지러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AFP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거의 400명이 다쳤다고 19일 보도했다.
레바논 적신월사(적십자사에 해당하는 이슬람권 기구)는 최소 377명이 현장에서 치료를 받거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지난 석달여 동안 진행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가장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레바논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최근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 14일에는 시위대가 베이루트와 주변의 고속도로 여러 곳을 점거했고 중앙은행 인근에서 돌,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레바논에선 지난해 10월 정부가 왓츠앱 등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사용에 세금을 부과한 데 반발해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성적 경제 위기와 실업난, 부패에 대한 시민의 불만은 소셜미디어 세금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로 폭발했다.
반정부 시위에 총리가 사퇴를 발표했으며 신임 하산 디아브 총리는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정파 간 이견으로 새 내각 구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그 사이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반 토막이 나고 달러화 부족으로 물가가 폭등했으며 은행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시위 격화 소식에 미셸 아운 대통령은 18일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을 불러 폭동을 막고, 공공재산과 사유재산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라야 하산 내무장관은 트위터에 "여러 번 평화 시위는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가 치안 병력과 공공 및 사유 재산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으로 변질한다면 이는 비난받아야 하며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 원칙을 밝혔다.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10월 사퇴한 사드 하리리 총리는 폭력이 시민의 평화를 위협한다며 "미쳤으며 수상쩍고 불량한 장면"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비판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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