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로 확산 우려 속 '사스 악몽 재현 되나' 불안감도 퍼져
태국·일본 이어서 한국서도 입국 중국인 확진에 비상
중국 당국 "예방·통제 가능하다"…사스와 차별성 강조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우한 폐렴' 환자가 수도 베이징(北京)과 광둥(廣東)성에서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의 방역 체계가 사실상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중국 최대 연휴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수억명의 대이동이 시작돼 중국 전역뿐만 아니라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다 사망자도 나와 지난 2002~2003년 중국 본토에서 349명, 홍콩에서 299명이 숨진 사스 사태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퍼지는 상황이다.
20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발병지인 우한 외에서 연달아 발견됨에 따라 비상 상황에 돌입해 우한 및 주요 도시에 대한 집중 방역 작업에 돌입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우한에 국한된 전염성이 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간주됐지만 20일 선전(深천<土+川>)에 이어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도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저장(浙江)성도 의심 환자들이 속출하는 등 중국 전역에 확진자가 2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미 태국과 일본에서도 우한을 방문한 중국인 2명과 1명이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
한국에서도 지난 19일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 '우한 폐렴'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이미 우한의 경계를 넘어섰다.
홍콩 등 주변 지역과 국가들이 이달 초부터 공항 등에서 발열 체크 등 예방 조치에 나선 데 비해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에서야 우한 지역의 공항, 기차역 등에서 발열 검사 등을 통한 통제 작업에 나서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에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는데 무려 보름이 넘도록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이 기간 우한을 다녀온 보균자들이 중국 전역에 퍼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질병통제센터는 뒤늦게 '우한 폐렴'의 예방과 통제 강화를 위해 중국 전역에서 실무팀을 보내 전방위 관리에 나섰다.
보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초기에 우한 폐렴의 전염 여부에 대해 명확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전방위적인 통제도 나서지 못하는 사이 중국 전역에서 우한 방문자들 가운데 환자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춘제를 맞아 농민공 등 중국인 수억명이 이달 초 또는 중순부터 항공,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해 고향으로 돌아가 어떤 지역에서 '우한 폐렴' 감염자가 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춘제 기간에는 한국 등으로 해외 여행에 나서는 중국인 또한 10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각국 또한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는 데 비상이 걸렸다.
장하성 주중 대사는 '우한 폐렴' 확산과 관련해 "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인이 굉장히 선호하는 관광지인데 그 점에서 보면 한국도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도 공항에서부터 열 감지 장치를 동원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사는 "대사관 차원에서도 총영사관이나 교민 네트워크를 통해 주의 사항 등을 알리고, 춘제 기간에도 당국자들이 비상 대기 상태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 관계자는 "관건은 올해 춘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여부"라면서 "춘제를 별 탈 없이 넘기면 지난번 흑사병 사태처럼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외국에서 환자가 확인됐는데 중국 내에서는 우한에만 환자가 있다고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웨이보에서는 관련 주제가 상위권에 대거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을 보여줬다.
웨이보에는 N95 마스크가 '우한 폐렴' 예방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과 관련한 가짜 뉴스를 차단한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충분히 통제 및 예방 가능하다며 불안을 진정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리강(李剛) 우한시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기자회견에서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은 예방하고 통제할 수 있다. 사람끼리 제한적인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인체 전염 위험성은 낮다"며 사스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2003년 사스 때처럼 정부의 은폐가 전혀 없으며 예방과 통제를 위한 정보 공개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우한 폐렴'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필요 없다면서 다만 경각심을 가지고 위생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중국 본토 외 다른 지역에도 감염자가 나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발병 사례들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우한 폐렴'은 사망률이 높지 않고 심각하지 않아 사스 때만큼 공황 상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고 역설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춘제가 다가오고 중국 본토인들의 이동이 절정에 달할 것이며 '우한 폐렴'의 확산 방지 또한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황 상태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사스 초기에 중국 당국의 은폐가 있어 일이 커졌다면서 정보 공개 투명성을 언급하면서 "이 전염병은 사스만큼 무섭지 않고 우리는 중국 사회가 성공적으로 이 병을 통제하고 예방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저우쯔쥔 베이징대 교수는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나 사스를 일으킨 바이러스보다 훨씬 덜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병은 급속도로 퍼지지도 않았고 사망률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우 교수는 "사스 때는 초기에 환자가 은폐됐고 정보도 지연됐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지연 사태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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