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주민에 자동으로 거주권 부여…ECJ 판례 관련 정부 정책에도 제동
상원 통과한 수정안은 다시 하원 통과해야…승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withdrawal agreement bill·WAB)이 잇따라 상원에서 수정됐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상원은 이날 표결에서 자유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내놓은 EU 탈퇴협정 법안 수정안을 찬성 270표 대 반대 229표로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별도 신청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주민들에게 브렉시트 이후에 자동적으로 거주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현재 영국에 사는 EU 주민이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 이후에도 영국에 머무르려면 늦어도 오는 6월 말까지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한다.
이 같은 시한을 놓친 EU 주민이 영국에서 자동적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동안 제기돼왔다.
수정안은 아울러 EU 회원국 주민들에게 영국에 거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리적 증표를 주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앞서 영국 정부는 별도 문서 등 물리적 증표 없이 여권과 연계해 디지털로 EU 회원국 주민의 거주 지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서 등 물리적 증표가 없으면 EU 주민들이 주택 임차나 구직, 비행기 탑승 등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 주민의 거주 지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정당한 거주 권한을 가진 EU 주민들이 실수로 추방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디지털 코드를 통해 거주 권한에 관한 내용이 안전하게 보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은 또 기존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례를 영국 대법원은 물론 하급법원에서도 뒤집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수정안도 찬성 241표, 반대 205표로 통과시켰다.
앞서 정부는 EU 탈퇴협정 법안에 이 같은 조항을 추가해 내놨다.
상원은 마지막으로 EU 판례에서 벗어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대법원에 사건을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 역시 찬성 206표 대 반대 186표로 통과시켰다.
이날 수정안이 통과하면서 존슨 총리의 보수당 정부는 지난달 12일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회 표결에서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존슨 총리는 총선에서 하원 과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뒤 EU 탈퇴협정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후 상원으로 넘어왔지만 하원과 달리 상원에서 보수당 의석은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상원에서 법안을 수정하면 하원에서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다시 내용이 뒤집힐 수 있다.
하원은 보수당이 안정적 과반을 확보한 만큼 상원 수정안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례상 하원에서 승인을 거부하면 상원은 수정안을 포기하고 하원에서 통과시킨 원안을 통과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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