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중미 이민자들, 도보로 강 건너 멕시코 입국 시도

입력 2020-01-21 06:34  

미국행 중미 이민자들, 도보로 강 건너 멕시코 입국 시도
멕시코, 최루탄 쏘며 저지…국경서 대치 이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으로 가려는 중미 출신 이민자들이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 강을 도보로 건너며 멕시코 입국을 시도했다.
멕시코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이민자들을 저지했다.
20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백 명의 중미 이민자들이 멕시코 남부 국경의 수치아테강을 걸어서 건넜다.
건기인 지금 수치아테강의 수심은 무릎 정도만 잠길 정도로 얕은 상태다.
강을 건너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강 건너엔 멕시코 당국이 막고 있었다.
멕시코 국가방위대는 강을 건넌 이민자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고, 저지를 뚫고 돌진하는 이들을 붙잡았다. 이민자들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과테말라쪽 국경에서 멕시코쪽 국경으로 이민자들이 조금 전진했으나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한 채 대치는 이어졌다.
이들 이민자들은 지난 15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서 출발한 '2020 캐러밴'의 일부다. '캐러밴'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에서 빈곤과 폭력 등을 피해 무리를 지어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올해 처음 형성된 이들 행렬은 과테말라를 통과한 후 멕시코 입국이 막히자 과테말라 국경에 머물며 기회를 엿보다 이날 오전 한꺼번에 도강을 시도한 것이다.

도강에 나서기 전 이민자들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멕시코를 통과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멕시코 정부는 원칙대로 국경을 관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8년과 2019년 초반까지만 해도 멕시코는 미국행 이민자들이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 지난해부터 이민자들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다.
이번 이민자 행렬의 진입을 앞두고 멕시코 정부는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행을 포기하면 멕시코에 단기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는 제안을 받아들여 멕시코에 정식으로 입국했으나, 더 많은 이들은 미국행을 고집했다.
최근 며칠새 과테말라를 통과한 이민자들은 4천 명가량이며, 이중 1천700명이 멕시코로 들어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날 강을 건넌 이민자들을 향해 멕시코 당국은 "과테말라로 돌아가든지 우리와 함께 가든지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멕시코쪽 강가에 머물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온두라스 이민자 타니아는 AFP에 "저들은 우리를 속이려 하고 있다. 등록하라고 한 뒤에 결국 우리를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온두라스 여성은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고 AP는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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