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미국 월가의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올해부터 개방되는 45조달러 규모의 중국 금융시장 장악을 꿈꾸고 있지만,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중국이 올해 업종별로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인 금융시장 개방을 지난주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서두르기로 했다면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월가 금융기관들에는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겠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자산 기준 세계 4대 은행과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 다른 가공할 경쟁력의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 당국의 금융통제 시스템이 불투명하고 임의적인 데다 규제 부담이 크고 유능한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올해 1월부터 외국인 소유 선물 및 보험회사의 영업을, 오는 4월부터는 100% 외국인 지분의 자산운용사 설립을 각각 허용한다.
이와 함께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오는 12월1일이 되면 독자적으로 주식거래 중개업과 투자은행(IB)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 中거대 업체 '수성'에 외국업체들 고전 가능성
중국 금융시장은 방대하고 일하기도 쉽지 않다.
130개 이상의 주식중개 기업들이 존재하며 수천개의 국유 은행들, 대형 보험 그룹, 엄청나게 큰 금융 기술 기업들이 고객기반을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자산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은 6억명 이상의 개인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공상은행은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들과 함께 22조위안(3조2천억달러)의 자산관리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앞서 중국의 제한적인 시장 개방 후 점유율이 하락하는 경험을 했다. 2017년 시장 점유율이 1.3%로 10년 전의 2.4%보다 낮아졌다.
시티그룹은 작년 4월 기준 지점 수가 25개로 2015년 말의 절반으로 줄었고 HSBC는 2018년 중국 소매금융 손실이 전년 대비 확대됐다.
블랙록 등 20여개 금융사는 3년 전 중국 자산관리 시장에 진입, 큰 손 고객들을 상대로 증권 펀드 영업을 진행했지만 2조5천억위안 규모의 헤지펀드 시장의 0.2%를 점유하는 데 그쳤다.
◇ 까다로운 인허가 '여전'…규제 간소화 약속도 '글쎄'
JP모건과 노무라는 중국에서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증권사를 확보하기 위해 10개월을 기다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 제출한 신청서에 대한 당국의 결정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인허가는 비밀과 규제의 막에 덮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허가 신청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거부될 수 있고, 규제 당국에 계속 계류될 수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허가가 나오지 않아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 인수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이런 중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에 숨통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은행 면허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재검토하고 신용카드 회사의 신청을 5 근무일 안에 접수하며, 신용평가사의 신청은 90일 안에 검토와 승인을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면허를 취득한 후 중국 회사들과 똑같이 대우하기로 했다.
◇ 전문인력 확보난에 경쟁력 유지도 '난제'
골드만삭스는 중국 금융시장에 대비해 향후 5년간 현지 인력을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며, UBS도 은행 부문에서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노무라는 2023년까지 중국에서 500명을 채용키로 했으며, JP모건도 인력 확충을 위해 상하이 마천루의 사무실을 확대하기로 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한 경쟁은 중요하다"면서 "적합한 인재를 찾아 보상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지금까지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 무거운 '할증료'도 걸림돌
월가 금융기관들이 중국 합작법인의 지분을 늘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현지 합작 증권사의 지분 2%를 추가 취득하기 위해 중국 파트너 증권사에 시세의 15배나 되는 금액을 지불했다.
JP모건의 파트너는 합작 자산운용사의 경영권을 원래 지분 가치에 33%의 프리미엄을 얹은 후 넘겼다.
이러한 `할증료'는 지분 확대를 꾀하는 다른 외국 금융사들에 모두 적용될 전망이다.
◇ 당국, 자본통제 '고삐'…과실송금도 어려워
중국 관리들은 금융시장 개방으로 1조달러가량이 투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 규정상 과실송금이 쉽지 않다.
상하이의 한 변호사는 수년 전 한 자산운용사가 투자수익금을 본사로 송금하기 위한 당국의 승인을 받는데 무려 4개월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강점은 국제적인 영업망과 기업·개인들의 투자 다변화를 지원하는 것인데 현재 중국의 금융체제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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