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분산하며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 부각…클린턴 벤치마킹?
연설장 안에서는 자화자찬, 밖에서는 "수치스러워" 탄핵 성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 무대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은 치적 '자화자찬'과 '미국 세일즈'로 가득 찼다.
이날은 공교롭게 미 상원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탄핵 심리가 본격 개시한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문제로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외치'를 통해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주력하며 국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무대 밖에서' "탄핵은 사기극"이라고 거듭 주장하는 등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탄핵 이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경제적 호전이 그야말로 '화려한 쇼'에 다름 아니라며 "회의론의 시간은 끝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나는 미국이 전 세계가 그동안 보지 못한 경제 호황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선언하게 돼 돼 자랑스럽다"며 "미국은 번창하고 있다. 미국은 번영하고 있다. 그렇다. 미국은 일찍이 그 어느때와 달리 다시 승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실업률 하락 기록과 주가 등에 대해서도 자랑을 이어갔다.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타결 등 무역 정책의 성과를 언급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이 됐다. 그 어느 곳도 필적할 수 없다"며 "나는 전 세계의 최대 규모 기업의 리더들과 만나 여기(미국)에 오도록 할 것"이라고 대미 투자를 호소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심리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곳에서 미국 경제의 성공을 자랑하기 위해 다보스의 중앙 무대에 섰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방문은 탄핵에 대한 분노와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시험대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NBC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대에서의 순간을 경제 성과를 자축하고 국내에서 전개되는 '탄핵 드라마'로부터 주의를 돌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각인시키는데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탄핵 심리와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행을 취소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위한 결과를 창출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국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전략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과거 탄핵 당시 구사했던 방식이기도 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인 2018년 1월 26일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고립주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내내 보호무역주의에 기댄 미국 우선을 강조하며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상징인 다보스 무대를 뒤흔들어놓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인해 다보스 포럼에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보스에서조차 탄핵 생각을 떨치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장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그것은 수년간 진행해오던 마녀사냥"이라며 "솔직히 말해 수치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전체가 완전한 사기극"이라며 "따라서 (탄핵심리의 결과가)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보스에서 탄핵 심리를 시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정이 꽉 차 있지만 주기적으로 참모로부터 보고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해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시선은 국내 현안에 떼지 못한 채 트윗이나 공개 발언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발언을 이어가며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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