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남북철도연결 시급"…정부, '정밀조사' 리스트 작성 중(종합)

입력 2020-01-22 09:12   수정 2020-01-22 09:14

이수혁 "남북철도연결 시급"…정부, '정밀조사' 리스트 작성 중(종합)
한미 워킹그룹 논의 거칠듯…개별관광 더해 대북 독자드라이브 가속화 주목
"워킹그룹 불편한 점 있지만 효율적…미, 남북협력 필요 입장 변함 없어"
"방위비협상 치밀·집중 협의, 2월 매듭 시간표…호르무즈 파병 어려운 결정"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임주영 특파원 = 정부가 남북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 추가 정밀조사를 위해 투입될 장비 및 물품 등에 대한 리스트 작성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2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대북 개별관광 허용에 더해 북미·남북관계 교착의 여파로 중단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추진에도 다시 시동을 걸며 대북 독자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여 주목된다.
정부는 남북철도 연결 사업을 위해 지난 2018년 1차 공동조사보다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체적으로 이에 드는 물품 및 지원해야 할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마련하며 정밀조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어느 정도 세밀하게 '요구'할지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는 본격적인 자료 제출을 준비 중으로, 준비가 되는대로 한미 워킹그룹의 논의를 거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정밀조사의 경우 1차 때에 비해 보다 많은 장비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 철도 연결 사업 등에 대해 여러 경로와 채널, 급을 통해 미국 측과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큰 원칙은 국제 제재의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로서 최대한 해보자는 것"이라며 "가장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급히 추진해야 하고 할 만하다고 하는 것이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9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남북 철도·도로연결 사업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1차 조사에 이어서 정밀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면제 절차를 밟으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신년회견을 통해 접경지역 협력,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남북협력을 강조했으며 지난 17일에는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전면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정밀조사 준비에 들어간 데는 장기간의 시간과 많은 지원이 필요한 철도 사업의 특성상 미리 준비작업에 착수하며 여건 성숙에 대비하자는 취지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철도사업 프로젝트의 투자 및 착공 단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밀조사에 적어도 1년 반 이상 걸리는 만큼 '타당성 조사'(feasibility)는 지금부터 들어가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기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사업이니만큼 일단 준비에 들어간 뒤 향후 1년 반∼2년 사이에 북미 간 협상이 진전되면 그만큼 실제 사업 착수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지난 2018년 북한 지역 철도·도로 현황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거쳐 착공식을 가졌지만, 추가 진척은 없는 상태다. 당시 공동조사 때에도 한미 워킹그룹 등을 거쳐 유류 등 각종 물품의 대북 반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예외인정 절차를 거친 바 있다.
이 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남북 협력과 관련한 미국 입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은 남북 간 협력이 비핵화에도 도움이 되고 미북 간의 관계 개선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한 적도 없고 아직도 그런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미 워킹그룹 논의에 대해선 "제가 알기로는 어떤 것도 미국이 '이건 안 된다' 해서 거절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킹그룹 없이 외교채널만 갖고 이야기하고 끝나면 좋겠지만, 제재를 완벽하게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입장에서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그런 얘기가 없도록 사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긍정적인 측면에서 단계를 거치는 것이고 의미가 있고 다소 불편한 점은 있지만, 효율적으로 의견을 교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한미 방위비 협상에 대해선 협상 중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다만 양국 대표단이 가능한 한 2월 중에는 합의가 돼야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도 있고 하니 2월까지는 매듭되지 않겠느냐 하는 타임테이블을 갖고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조롭게'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아주 치밀하고 집중적인 협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차기 회의는 아직 장소나 날짜가 합의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의 '독자 파병'을 결정한 데 대한 미국 입장과 관련,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지금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전달받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미국과 동맹이지만 경제적 측면이나 중동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의 입장도 전연 도외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검토 과정을 거쳤다. '고뇌에 찬 결정'이라는 정부 발표대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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