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의혹에는 '개인정보' 핑계…성과 홍보때는 실명 공개
누리꾼 "제 무덤 팠다"…일관성 부족한 태도 지적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 도시의 되살리겠다며 국회 연설에서 실명까지 거론하며 귀농인의 사례를 소개했으나 해당 인물은 이미 도쿄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일본 정기국회 개원일인 20일 시정방침 연설에서 성공적인 귀농 사례로 소개한 인물은 아베 총리의 연설 시점에는 이미 도쿄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아베 총리는 당시 연설에서 도쿄에서 철도로 7시간 떨어진 시마네(島根)현 고쓰(江津)시가 20년 이상 인구 감소를 겪었으나, 젊은이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 재작년에 전입이 전출보다 많아졌다고 성과를 내세웠다.
그는 이어 하라다 마사노리(原田眞宜)라는 인물이 고수 재배를 위해 도쿄에서 고쓰시로 이주했는데 고쓰시가 농지 임차 교섭을 대신해줬고 당국이 창업 자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을 했다고 강조했다.
지방 도시 재건을 주요 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아베 총리는 정책의 효과를 생생하게 홍보하려고 하라다 씨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라다 씨는 작년 12월 고쓰시 측에 도쿄로 돌아간다는 뜻을 표명했고 아베 총리 연설 당일에는 '도쿄에 돌아왔다'며 자신의 사례가 아베 총리 연설에서 다뤄질 것 같다고 소식을 전했다.
세금으로 개최하는 일본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 참석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도 '개인 정보'라는 핑계를 대며 참석자 정보 제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아베 정권이 이례적으로 개인 실명까지 언급했지만, 하필 귀농 생활을 접은 인물을 골라 억지 사례라는 논란을 자초한 꼴이다.
트위터 계정 'torichan21'을 쓰는 한 이용자는 "실명을 제시해 스스로 무덤을 팠다. (정부가) '벚꽃을 보는 모임' 초대자에 관해서는 심할 정도로 '개인 정보'를 이유로 적당히 답변했다"고 아베 내각의 일관성 부족을 꼬집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하라다 씨의 사례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 21일 기자회견에서 "고쓰시의 지원을 받아 이주했고 3년 이상에 걸쳐 거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창업 지원의 성공 사례로 연설에서 소개했다"며 별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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