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中 공식발표보다 훨씬 심각"…사스처럼 대유행 우려(종합)

입력 2020-01-22 21:19  

"우한 폐렴, 中 공식발표보다 훨씬 심각"…사스처럼 대유행 우려(종합)
中 당국 축소 발표 우려…홍콩 연구진 "1천459명 이미 감염"
"사스처럼 전면적 확산 단계 근접"…'슈퍼 전파자' 우려 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실제 상황이 훨씬 심각하며 대유행 조짐까지 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최고의 전염병 권위자인 홍콩대 위안궈융(袁國勇) 교수는 우한 폐렴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스는 2002년 말 중국 남부 지역에서 첫 발병 후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해 37개국에서 8천여 명을 감염시키고 무려 774명의 사망자를 냈다.
위안 교수는 "우한 폐렴은 이미 환자 가족이나 의료진에 전염되는 전염병 확산 3단계에 진입했으며, 사스 때처럼 지역사회에 대규모 발병이 일어나는 4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염병 확산 1단계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 2단계는 인간 간 전염을 가리키는데 우한 폐렴은 이를 넘어 3단계, 4단계로 진행하고 있다는 경고이다.
위안 교수는 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진 채 대규모 인파와 접촉하는 '슈퍼 전파자'가 이미 발생했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스 대응에 참여했고 이번 우한 폐렴 대응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하는 중국 저명 과학자 중난산(鐘南山)도 "우한 폐렴 확산 저지의 핵심 관건은 '슈퍼 전파자'의 출현을 막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한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우한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사스 대유행 당시 슈퍼 전파자는 '독왕'(毒王)으로 불렸는데, 1명이 1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우한 폐렴이 지난 17일까지 이미 중국 내 20여 개 도시로 확산했으며, 우한 내 감염자 1천343명과 다른 도시 감염자 116명을 포함해 중국 내 감염자가 이미 1천4천59명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나아가 연인원 30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우한 폐렴 감염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도 우한 폐렴 감염자가 이미 1천723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우한 폐렴의 확산 정도를 실제보다 축소해서 발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스 대응에 참여했던 싱가포르의 전염병 전문가 피오트르 클레비키는 "공식 발표된 수치를 믿기 힘들다"며 "중국은 실제보다 상황을 축소해 보고한 전력이 있으며, 실제 상황은 (공식 발표와) 완전히 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스 대유행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 지역 대변인을 지낸 피터 코딩리도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초기부터 거짓말을 했다"며 "사스 때 보였던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 지금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스는 2002년 11월 16일 광둥성 포산(佛山) 지역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이것이 처음 중국 언론에 보도된 것은 발병 45일 후인 2003년 1월 말에 이르러서였다.
중국 당국이 사스 발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도 발병 5개월 만인 2003년 4월 10일에 이르러서였고, 이러한 사실 은폐는 사스가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를 이끄는 가브리엘 렁 교수는 "과학과 전염병 통제가 정치와 연결돼서는 안 된다"며 "전염병 통제가 정치와 같은 다른 고려 사항과 연결되는 곳에서는 분명히 문제가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서조차 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공산당의 '입' 역할을 해온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전염병 확산에서는 '인간 간 감염'이 가장 중요한데, 우한 당국이 중난산 교수보다 이를 먼저 알리지 않은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중국 당국도 사태의 엄중함을 깨달은 듯 허위·축소 보고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가 운영하는 위챗 계정 '창안젠(長安劍)'은 "사스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고 현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며 "이를 어기고 이기적인 목적에서 보고를 은폐하거나 지연하는 당원은 수치스러운 고통을 영원히 맛보게 될 것"이라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다만, 중국 당국도 투명한 정보 공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반박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난산은 "홍콩 최고의 권위자인 위안궈융 교수가 이번 조사에 참여한 것 자체가 우리의 정보 공개 노력을 보여준다"며 "다만 엄격한 진단 절차 등으로 확진 환자 발표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확진 환자 발표가 늦어진 데는 중국 당국이 사스 이후 엄격한 진단 체계를 도입, 베이징에 있는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를 거친 후 확진 환자를 발표하도록 하는 '3단계 확진 시스템'을 시행한 영향이 크다는 얘기이다.
중난산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내 인간 간 전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하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우한 폐렴 환자 1명이 의료진 14명을 감염시켰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위중한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까지 중국 당국이 발표한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473명이다. 발병지인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湖北)에 감염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동북 지역의 랴오닝(遼寧)부터 최남단 하이난(海南)까지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본토를 넘어서는 홍콩(1명), 마카오(1명), 대만(1명), 한국(1명), 일본(1명), 태국(4명)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1명)에서도 확진자가 나와 대유행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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