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제국 부활 꿈꾸나…터키, 해외 영향력 확대 '잰걸음'

입력 2020-01-22 15:45  

오스만제국 부활 꿈꾸나…터키, 해외 영향력 확대 '잰걸음'
에르도안, 시리아 침공·리비아 파병 이어 소말리아 유전 눈독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터키가 해외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부쩍 나서면서 과거 광활한 영토를 호령했던 오스만제국의 영광 재현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터키는 최근 시리아 침공에 이어 리비아 통합정부(GNA) 지원을 늘리는 등 리비아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데 이어 소말리아 유전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리비아 내전 해결을 위한 국제회담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소말리아 해역에서 석유 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말리아 해상에서의 석유 탐사 추진 계획은 소말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터키 NTV 방송은 전했다.
터키는 앞서 작년 11월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GNA와 안보·군사 협정을 체결하고, 무장 드론과 군사 고문, 자국이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 병력들을 리비아에 파병하기 시작했다.
터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제 사회 일각에서는 리비아 내전이 외세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를 통치하는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의 합법 정부로 이슬람 단체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리비아와 소말리아의 사례에서처럼, 에르도안 대통령 치하에서 터키의 해외 영향력은 오스만제국의 붕괴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더타임스의 지적이다.
1299년부터 1922년까지 명맥을 유지한 터키의 전신 오스만제국은 북아프리카부터 서아시아, 남유럽과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세력을 과시했던 이슬람 제국이다.
오스만제국 붕괴 후 설립된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케말 아타튀르크는 터키가 적극적인 위협에 놓이지 않는다면 해외에서의 개입을 삼간다는 것을 건국 이념 중 하나로 삼았고, 1차대전에서도 큰 틀에서 중립을 유지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으로 외국에서의 분쟁에 파병하고, 1950년 한국전쟁에도 파병해 미국의 동맹으로 피를 흘리기도 했으나, 해외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기조는 대체로 유지돼 왔다.
터키가 독자적으로 해외에 자국 병력을 파병한 것은 1974년 북키프로스를 침공했던 때가 유일할 정도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랍의 봄'을 기점으로 이런 기조의 방향을 틀었다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와 튀니지에서는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된 정당들을 지원했고, 시리아에서는 무장 반군을 후원하면서 해외 개입을 본격화했다.
에르도안은 2016년부터는 3차례에 걸쳐 시리아 북부에 터키군을 파병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리비아로의 파병도 발표하면서 서방 동맹국들로부터 우려를 사 왔다.

터키는 2011년 대기근이 닥친 소말리아에 원조물자를 실은 대규모 선단을 보낸 것을 신호탄으로 소말리아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해 왔다.
에르도안은 같은 해 비아프리카 지도자로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말리아를 방문했고, 이후 현재까지 소말리아의 인프라 사업에 1억달러(약 1천200억원)를 투자하고, 양국의 교역량을 늘리는 등 밀월 관계를 이어왔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항만과 공항은 친(親)에르도안 신문을 소유한 알바이라크그룹이 운영 중이다.
또한, 터키의 해외 군사 기지 중 최대 규모인 캠프 투르크솜은 2017년 소말리아에서 운영에 들어갔다.
터키는 아울러 2016년에는 모가디슈에 해외 주재 자국 공관 중 최대규모의 대사관을 개장했다.


터키의 이런 노력은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반도에 대한 라이벌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 확대에 맞서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과거 오스만제국의 항만이었으나 현재는 수단이 영유권을 갖고 있는 홍해 섬 '수아킨'에 대해 터키가 99년 동안 유효한 임차계약을 2018년 체결한 것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겨진다.
터키는 이 섬을 관광 리조트로 재개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사우디는 이를 팽창주의적 정책으로 간주하고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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