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토 성 안나교회 입장하려다 경호원들에게 "나가 달라" 소리쳐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의 프랑스령 교회를 방문하려다 이스라엘 경호원들과 언쟁을 주고받았다고 AFP, dpa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조약상 프랑스 부지 위에 세워진 성 안나 교회에 입장할 때 프랑스 경호원만 동행하길 원했으나, 이스라엘 경호원까지 함께 들어가자 이를 두고 소란이 빚어졌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영어를 사용하며 "모두가 규칙을 알 것"이라며 "당신이 제 앞에서 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달라. 밖으로"라고 외쳤다.
그는 예루살렘 시내에서 자신을 경호해준 이스라엘 당국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누구도 도발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알지 않느냐"며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규칙을 존중해달라. (이 규칙은) 제가 있을 때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동은 1996년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 경호원이 길을 막자 그 행동을 "도발"이라 부르며 "제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길 원합니까"라고 소리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프랑스와 이스라엘) 경호팀 사이에 약간의 긴장이 있었고 이를 정리하려고 노력했다"며 소동이 정리되고 나서 이스라엘 경호팀과 "따뜻한 악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대변인은 CNN에 "성 안나 교회는 프랑스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장소를 보호하는 것은 프랑스의 몫"이라며 "대통령은 양국 경호팀 간 언쟁을 끝내려고 그간 적용돼온 규칙이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상기시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경호당국은 성명에서 "미리 정해진 협정에 따라 경찰과 경호팀이 프랑스 대통령과 일행이 교회에 들어가는데 동행했다"며 "대통령 경호팀이 이번 일과 관련해 사과했으며, 대통령은 이스라엘 경호팀과 악수한 뒤 계속해서 구시가를 돌아봤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열리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찾았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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