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 兆 단위 손실 가능성 우려…라임·증권사·판매사 자산회수 협의
라임 전체 사모펀드 순자산 6조→4조…인력 이탈 지속 56명→29명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1조6천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자산 가운데 6천700억원 정도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하여 챙겨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와 이후 펀드 자산 상각 규모 등에 달라지겠지만 TRS 증권사들이 투자금을 먼저 변제할 경우 일반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조(兆) 단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 펀드 판매사 등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 자산 회수 문제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3개 모(母)펀드 운용과 관련해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과 6천700억원 규모의 TRS 계약을 맺었다.
신한금융투자가 약 5천억원, KB증권이 약 1천억원, 한국투자증권이 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TRS 계약은 자산운용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계약상 펀드 자산을 처분할 경우에는 일반 투자자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이 실사 후 자산 처분 시 6천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먼저 빼가게 되면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1조6천억원 규모의 펀드 자산은 결국 9천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3개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 등에 대해 1조5천587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또 이 펀드들에 1천200억원을 투자한 또 다른 모펀드 '크레딧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는 오는 3월 말부터 만기가 돌아와 추가로 환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신한금융투자 등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 3곳이 자금을 빼간다고 해서 이것이 끝이 아니다.
삼일회계법인이 3개 모펀드에 대해 실사 결과를 낸 이후 라임자산운용이 부실 자산을 털어낼 경우 환매가 중단된 1조6천억원 규모의 자산은 다시 더 축소된다.
예를 들어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 자산 중 70% 정도만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펀드 자산은 1조원 수준으로 줄게 되고 증권사 3곳이 이 중 6천700억원을 먼저 빼가면 사실상 펀드 자산은 3천억~4천억원 정도만 남게 된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일반 투자자들이 1조원 넘게 손실을 보는 셈이다.
펀드 자산 중 50%만 회수 가능한 경우에는 남는 금액이 1천억원에 그쳐 1조4천억원 넘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와 라임자산운용의 상각 규모 등에 따라 수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손실 사태가 우려되자 라임자산운용과 TRS 증권사 3곳, 펀드 판매사 등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조만간 펀드 자산 회수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TRS 증권사들이 먼저 자금을 회수할 경우 일반 투자자는 그만큼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줄게 되므로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TRS 증권사의 책임 문제 등을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협의를 주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운용과 관련해 사기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데 TRS 계약액인 3천600억원을 먼저 가져가는 게 맞는가 싶다"며 "그런 책임에 대한 부분을 서로 먼저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그러나 법적으로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우선 변제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양보가 없을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으므로 일반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환매가 중단된 3개 모펀드를 포함해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사모펀드 순자산은 이달 22일 현재 4조70억원으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이 제기된 지난해 7월 말(6조347억원)보다 2조원 넘게 줄었다.
순자산은 설정액(4조2천678억원)보다 2천600억원 정도 적었다. 투자 원금인 설정액보다 현재 가치인 순자산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모 전 부사장이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한 지도 두 달이 넘었다.
라임자산운용에서는 인력 이탈이 잇따라 임직원이 지난해 9월 말 56명에서 최근 29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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