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美에 합동군사훈련 협정 파기 경고

입력 2020-01-24 11:23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美에 합동군사훈련 협정 파기 경고
'마약과의 유혈 전쟁' 지휘한 전 경찰청장 비자 취소에 발끈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국이 마약과의 유혈 전쟁을 지휘한 전 필리핀 경찰청장의 비자를 취소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24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청장을 지낸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미국 비자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로사 의원은 그러면서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제기된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 주장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두테르테 대통령은 23일 밤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州)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이 그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방문군 협정(VFA)을 파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이같이 경고하고 "지금부터 한 달을 주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미군이 철수한 지 7년 만인 1999년 훈련 등을 위해 입국하는 미군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VFA를 체결했다. 이는 양국이 필리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된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 지난해 7월까지 경찰과의 총격전 등으로 숨진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것만 6천847명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른바 '초법적 처형'으로 인해 실제 사망자가 2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정적인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이 초법적 처형에 대해 조사하다가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돼 구속 재판을 받는 사건과 관련, 필리핀 관료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미 상원의원 2명의 필리핀 입국을 금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시 리마 의원 사건으로 미국이 필리핀 관료의 입국을 금지하면 필리핀을 방문하려는 모든 미국 국민은 방문 목적과 상관없이 비자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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