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공연장 등 속속 폐쇄…소비 위축에 경제 타격 예상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이 25일 연중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설)를 맞았지만 '우한 폐렴'이 전국을 강타한 올해는 예년보다 썰렁한 분위기다.
전국 각지의 유명 관광지에서 영화관까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는 감염 예방을 위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가족끼리 조용히 명절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이 시내 전 영화관의 문을 닫은 데 이어 다른 여러 지역도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5일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영화국은 전날 모든 영화관의 춘제 기간 운영을 중단하라고 긴급 통지를 내렸다.
상하이 영화국도 춘제 기간 영화관의 문을 닫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CGV와 완다(萬達) 등 일부 영화관 체인들은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국적으로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영화업계는 최대 대목인 춘제를 덮친 우한 폐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춘제 연휴 기간 중국 극장가의 입장 수입은 58억위안(약 1조원)이었는데 올해는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영화는 개봉 연기를 선택했다. 또 춘제 기대작 가운데 1편은 개봉일인 이날 온라인에서 영화를 무료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중국인들은 춘제 전날 저녁 녠예판(年夜飯)이란 이름으로 풍성한 만찬을 즐기는데 요식업계도 우한 폐렴으로 손실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감염을 우려한 손님들의 식당 예약 취소가 줄을 이었고 일부는 음식을 포장해서 가기도 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한 베이징 시민은 가족 10명이 춘제 전날 저녁 식사를 같이할 계획이었지만 뉴스를 보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식당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서 자신과 같은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러 온 사람을 여럿 봤다고 덧붙였다.
주요 관광지 폐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금성이 사스사태 때도 닫지 않은 문을 닫기로 결정한 데 이어 만리장성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바다링(八達嶺)을 포함한 일부 구간도 폐쇄됐다.
진시황릉 병마용, 항저우(杭州)의 서호(西湖),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각지의 유명 관광지가 폐쇄됐으며 각종 춘제 행사도 취소됐다.
베이징에서는 뮤지컬이나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 10여곳이 춘제 기간 공연을 취소했다. 동물원이 문을 닫았고 시 산하 공원들이 춘제 기간의 50개 행사를 모두 취소했으며 주요 실외 빙상장도 폐쇄됐다.
'우한 폐렴' 여파로 중국 경제의 큰 동력인 소비가 위축되면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성장이 둔화한 경제에 추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4일 밤 12시 기준 우한 폐렴의 사망자는 41명이며 확진 환자는 1천287명으로 급증세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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