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무대 선 트럼프 변호인단의 역공…24시간 중 2시간 '예고편'

입력 2020-01-26 07:52   수정 2020-01-26 08:16

변론무대 선 트럼프 변호인단의 역공…24시간 중 2시간 '예고편'
"민주, 역사상 최악의 선거개입 시도…트럼프 잘못 없어" 엄호사격
여론 주목도 따라 '3일' 전략적 배분…조 바이든 부자에 포문 열지 주목
트럼프 "당파적 사기극"…민주 "증인 채택 필요성 오히려 입증돼"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심판 변론 일정에 들어갔다.
지난 22∼24일 3일간 총 24시간에 걸친 변론을 이어간 민주당 탄핵소추위원단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탄핵심리 중앙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마찬가지로 3일간 총 24시간이다.
상원 의석 분포상 돌발변수가 불거지지 않는 한 탄핵안은 부결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탄핵소추위원단과의 변론 전쟁에서 이겨 향후 대선국면에서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 이들에 주어진 또 하나의 '임무'이다.
변호인단은 첫날인 이날 변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민주당이 이번 탄핵을 통해 지난 2016년 대선 결과를 뒤집고 올해 대선에 앞서 아무런 증거 없이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한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통해 탄핵안에 적용된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방어막을 쳤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변호인단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들먹여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규정하는 데 주력했다고 보도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발단이 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지난해 7월 25일 통화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변론을 시작했다.
시펄론 고문이 통화 녹취록을 직접 읽어내려갈 때는 "녹취록을 읽어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발언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시펄론 고문은 "사실관계를 듣게 된다면 여러분은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전적으로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선거 개입을 자행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와있다"며 "우리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여러분의 손으로 적어내는 투표용지를 갈기갈기 찍어 미국 국민들에게서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다"며 "그들은 여러분들에게 약 9달 뒤에 치러지는 선거 투표 용지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제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개인 변호사인 제이 세큘로우는 민주당이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을 파멸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걸고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변론은 오전 10시 10분께부터 약 2시간 동안만 진행됐다. 주말 동안 여론의 시선을 끌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세큘로우 변호사는 "오늘 변론은 맛보기가 될 것"이라며 오는 27일 '본편'을 예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트윗을 통해 민주당의 장시간에 걸친 변론으로 인해 변호인단 변론이 "TV에서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라고 불리는 토요일에 시작하게 됐다"며 불만을 터트린 바 있다.
실제 변호인단은 그동안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 헌터 바이든의 '부패 의혹'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해왔지만, 정작 이날 변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언론들은 변호인단이 오는 27일 오후 1시 재개하는 변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문제에 대한 쟁점화를 본격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변호인단은 주어진 24시간을 꽉 채운 민주당과 달리 변론 시간을 줄여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원에서의 탄핵심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겠다는 공화당의 셈법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시펄론 고문은 이날 변호인단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24시간 전체를 다 쓸 계획이 아니라면서 선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변론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변호인단은 지난 3일간의 민주당의 변론 쟁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변론이 끝난 뒤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공정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오늘 탄핵 심리를 보고 내가 그동안 얼마나 불공평하게 취급받았는지, 그리고 이것이 정말로 완전히 당파적인 탄핵 사기극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변론 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의도치 않게 우리가 왜 증인과 문건들을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강렬하게 입증했다. 그들은 우리의 주장을 오히려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위원단을 이끌어온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변호인단에 대해 "변호인단이 소추위원단을 공격하는 것은 단지 한 가지 전략적 이유에서다. 그들 역시 그들의 의뢰인(트럼프 대통령)이 유죄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격했다.
변호인단의 변론 일정이 마무리되면 한차례 무산된 바 있는 증인 채택 표결을 놓고 또 한 차례 여야 간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에서 최소 4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1차 표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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