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감염시킨 '중국 슈퍼전파자' 보니…증세 없어도 확산 위험

입력 2020-01-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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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감염시킨 '중국 슈퍼전파자' 보니…증세 없어도 확산 위험
'우한폐렴' 증세 없던 신경외과 환자, 의료진 14명 집단 감염시켜
고속열차 승무원들도 여럿 감염…열차·기내 전파 가능성도 유의해야
중국 보건당국 "신종 바이러스, 사스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 가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69세 중국인 자오(趙)씨는 '우한 폐렴'과 무관한 신경 계통 질환으로 지난 7일 후베이(湖北) 우한(武漢)시의 셰허(協和)병원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다.
그런데 수술 후 나흘이 지난 11일께부터 체온이 부쩍 높아지더니 폐렴 의심 증세가 나타났다.
자오씨는 격리 병동으로 옮겨졌고 검사 결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자오씨를 돌봤던 의사 1명과 간호사 13명이 무더기로 '우한 폐렴'에 걸린 것이다.
중국에서 확인된 '슈퍼 전파자'인 자오씨의 사례는 발열이나 기침 등 가시적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시기에도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매우 강한 전염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한 폐렴'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잠복 기간의 전파 가능성에 관한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 전 잠복기가 짧으면 2~3일, 최장 2주가량으로 보고 있다.
뚜렷한 감염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이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각국 보건 당국은 우한 방문 등으로 감염 가능성이 있을 경우 최장 14일간 자가 격리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도 이 바이러스가 잠복기에도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샤오웨이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26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14일이며, 지난 2002~2003년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잠복기에도 병을 옮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세 번째 '우한 폐렴' 확진 환자도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역사회에서 생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54세 환자는 입국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25일부터 기침과 가래 증상이 발생해 격리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사람들이 먼 곳으로 이동할 때 타는 고속열차나 항공기 내 감염 가능성에 관한 우려도 작지 않다
지난 24일까지 톈진(天津)시에서는 고속열차에서 근무하는 철도 직원 3명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잇따라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우한을 방문하거나, 우한에서 온 지인이나 가족과 접촉한 적이 없어 근무 중 열차 객실 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들 외에도 중국에서는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에 전혀 가 본 적이 없거나, 후베이성 출신 사람들과 접촉한 적이 없는데도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26일 오전 0시 현재 통계를 기준으로 후베이성 밖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확진 환자 277명 중 247명은 후베이성에 잠시라도 머문 적이 있었고, 20명은 자신은 후베이성에 간 적은 없지만 후베이성에서 온 사람과 접촉한 이력이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9명은 최근 후베이성을 방문했거나 후베이성에서 온 이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이들의 존재는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1차 감염, 2차 감염 단계를 넘어 지역 사회 확산 단계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6일 0시 현재까지 전국 30개 성에서 1천975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56명이라고 밝혔다. '우한 폐렴' 환자는 이미 티베트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중국 행정구역에 퍼진 상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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