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둘째 딸과 딸의 농구팀 동료 등 탑승객 9명 전원 사망
조던 "코비를 사랑했다. 무척 그리울 것"…트럼프 등 전·현직 대통령도 추모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이귀원 옥철 특파원 현윤경 권혜진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1·미국)가 26일(현지시간)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딸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20년을 한팀에서 뛰며 팀을 5차례나 NBA 정상에 올려놓고 올스타 선발 18회, 득점왕 2회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던 '전설'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스포츠계 선후배는 물론 전·현직 대통령과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잇달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애도했다.
◇ 딸 농구팀 감독하러 가는 길에…안갯속 헬기 추락
브라이언트의 사망 원인은 헬기 추락이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께 자신의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중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칼라바사스에서 헬기가 추락하면서 목숨을 잃었다.
헬기에는 브라이언트 외에 브라이언트의 둘째 딸 지안나(13)와 지안나의 농구팀 동료, 이 동료의 부모 중 한명과 오렌지코스트 칼리지 소속 농구 코치와 부코치, 헬기 조종사 등 9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
헬기 추락 직후 신속 대응팀이 현장에 출동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생존자는 없었다고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경찰국은 밝혔다.
알렉스 비야누에바 LA 카운티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생존자는 없다"며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브라이언트가 캘리포니아 사우전드 오크스에 세운 맘바스포츠 아카데미로 가려다가 변을 당했다고 지역 매체는 전했다.
브라이언트는 이곳에서 딸이 속한 농구팀의 경기를 감독할 예정이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브라이언트는 로스앤젤레스의 악명높은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선수 시절부터 헬기를 자주 이용했다.
브라이언트는 2016년 은퇴한 뒤 지안나가 속한 중학교 농구팀을 감독해왔으며 평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딸의 실력을 자랑하곤 했다.
평소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 '패밀리 맨'으로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트는 지안나외에도 세 딸이 더 있다.
추락한 헬기는 시코르스키사의 S-76 기종으로, 사고 장소에는 당시 안개가 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가 추락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미 연방항공청(FAA)과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 NBA 우승 5회·올스타 18회…'농구의 전설'
브라이언트는 20년간 코트를 종횡무진하며 전무후무한 각종 기록을 세워 'NBA의 전설'로 손꼽히는 선수다.
NBA 선수였던 조 브라이언트를 아버지로 둔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1996년 드래프트에서 샬럿 호니츠의 지명을 받은 후 곧바로 LA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돼 2016년 은퇴할 때까지 20년을 줄곧 레이커스에서만 뛰었다.
20년 동안 팀을 5번이나 NBA 정상에 올려놓았고, 18번 올스타팀에 선발됐으며, 두 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2008년 정규리그 MVP, 2009년과 2010년 챔피언결정전 MVP, 올스타 MVP 4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NBA 통산 득점은 3만3천643점으로 카림 압둘 자바, 칼 말론,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NBA 역사상 네 번째로 많다.
LA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의 선수 시절 등번호 8번과 24번을 영구 결번 처리한 바 있다.
미국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브라이언트는 생전 마지막 트윗으로 "'킹 제임스'(르브론)가 그 게임(농구)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 내 형제에게 많은 경의를 표한다"라고 썼다. 친정팀 LA 레이커스로 이적해 자신의 득점 기록을 넘어선 르브론 제임스에 대한 격려이자 찬사다.
◇ 전·현직 대통령부터 할리우드 스타까지 애도 물결
브라이언트의 사망 소식에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앞다퉈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소식이 보도된 후 트위터에 "끔찍한 뉴스"라며 "브라이언트는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 중 한명이며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려 했다. 그는 가족을 너무나 사랑했고, 미래에 대한 강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유족에게 "사랑과 기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는 "코비는 세계와 미 전역의 농구 팬들에게 기쁨과 흥분을 가져다줬다"면서 "매우 짧은 시간에 매우 큰 삶을 살다 갔다"며 애도를 표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나는 코비를 사랑했다. 그는 내 동생이나 다름없었다"면서 "그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LA 레이커스에서 그와 함께했던 또 다른 '레전드' 샤킬 오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의 조카인 지아나와 형제인 코비를 잃는 슬픔을 겪는 고통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브라이언트가 마지막 트윗에서 언급한 르브론 제임스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그(코비)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당신이 정녕 위대해지길 원한다면, 그리고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 되고자 한다면, 그 일을 위해 끝까지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말이었다"고 적었다.
제임스는 또 "그(코비)는 공격적으로 무결점의 선수였다. 당신이 그를 막아서면 그는 3점슛을 때렸고 당신이 몸으로 그를 밀쳐내려 해도 그는 당신의 주변에서 돌아 미드레인지에서 득점했다. 그의 기술과 선수로서의 열정 덕분에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트와 제임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대표팀으로 함께 뛰었다.
이날 열린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도 브라이언트에 대한 추모로 막을 열었다. 시상식이 열린 스테이플스 센터는 LA 레이커스의 홈구장이다.
진행을 맡은 앨리샤 키스는 "가장 잘한 아티스트를 축하하기 위한 음악계의 가장 큰 밤을 위해 우리가 모두 모여있지만 솔직히 우리는 지금 미칠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로스앤젤레스와 미국, 세계는 영웅을 잃었다"고 말했다.
키스와 보이즈 투 멘은 브라이언트에게 바치는 곡으로 '잇츠 소 하드 투 세이 굿바이 투 예스터데이(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를 함께 불렀다.
또 가수 리조는 공연 중 "오늘 밤은 코비를 위한 것"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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