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4번째 환자 무증상 프리패스 입국 후 국내서 증상 발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최근 2∼3주 이내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한 폐렴' 증상 발생 여부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의사단체의 제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증상 상태에서 프리패스로 입국장 방역망을 통과한 중국 우한 거주·방문자가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6일에 국내 세 번째(54세 한국인 남성), 이날 네 번째 (55세 한국인 남성) 환자는 모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살았거나 방문했다가 국내 입국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들은 입국 때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어 의심환자(의사환자)로 격리되거나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아 사실상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난 24일 확진된 두 번째 환자(55세 한국인 남성)가 공항에서 인후통을 느껴 능동감시 대상으로 분류된 뒤 보건당국의 감시를 받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세 번째, 네 번째 환자가 무증상 입국 후 국내에서 폐렴 확진을 받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짧게는 2~7일, 길게는 14일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스나 메르스와 유사하다.
잠복기가 최대 14일이어서 무증상 상태에서 국내 들어오면 공항 검역에서 걸러낼 수 없다.
문제는 입국 후 증상이 나타난 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를 활보하거나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가 급속히 확산한 까닭이었다.
실제로 세 번째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호텔에도 머물렀다.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세 번째 환자의 입국 후 동선을 보면, 22일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글로비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다. 이후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서울 강남구 소재 호텔(호텔뉴브)에 투숙했다.
23일에는 점심때 한강 산책하러 나가 한강 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했다. 이후에는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이용했다.
24일에는 점심때 지인 진료에 동행하기 위해 이틀 전 방문했던 글로비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오후에는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이용했고, 저녁에는 일산 모친 자택에 체류했다.
25일에는 모친 자택에서 외출하지 않았고, '1339' 신고 후 보건소 구급차로 일산 소재 명지병원에 이송돼 격리됐다.
네 번째 환자도 마찬가지다.
네 번째 환자는 20일 입국 후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찾았다.
25일에 고열(38도)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하고서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았다. 입국 후 약 5일간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아 감시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 환자는 26일 근육통이 악화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같은 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격리돼 검사를 받았고, 27일 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네 번째 환자의 이동 동선 등을 따라 심층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네 번째 환자가 처음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동 중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막바지에 보건당국은 '감염증 발생지역 입국자 정보'를 DUR시스템을 통해 병원과 약국 등 전체 요양기관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심평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입국자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10일부터 이 시스템을 통해 우한 폐렴 발생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의 정보를 모든 의료기관에 알려주고 있다.
이에 따라 우한 방문자는 어느 병원을 가든지 팝업 창에 우한 방문 환자라는 사실이 뜬다. 환자 접수와 진료 단계에서 체크된다. 병원에서 보건소로 통보하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을 차단하고자 최근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최근 2∼3주 이내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으로부터 입국한 입국자의 명단을 파악해 이들의 소재와 증상 발생 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추적·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의사협회는 나아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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