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헬기 조종사와 관제소 사이 교신내용 공개돼…시신 3구도 수습
관제소에 '비행추적' 신청했지만 "너무 낮아 레이더망에 안잡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 사고로 숨진 가운데 사고 헬기가 매우 낮은 고도로 비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음성 녹음이 나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항공 관련 웹사이트 등에 올라온 사고 헬기 조종사와 관제소 사이의 음성 녹음을 들어보면 관제소에서 조종사에게 "현재 너무 낮게 날아 비행추적을 할 수 없다"고 주의를 주는 대화가 등장한다.
이 때문에 안갯속에 너무 낮게 비행하다가 앞에 있는 산을 보지 못한 채 충돌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브라이언트 등 모두 9명이 타고 있던 이 헬기는 전날 오전 10시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서쪽으로 65㎞ 떨어진 칼라바사스에서 가파른 산비탈에 충돌하며 추락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안개로 비행 전 관제소로부터 '특별시계비행'(SVFR) 허가를 받아 운항했고, 관제소에 각종 계기를 활용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위치를 추적해 다른 물체와 충돌을 피하도록 해주는 '비행추적'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SVFR은 기상 상황이 좋지 못할 때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는 조건 하에 비행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이날 사고 지역 일대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어 사고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안개가 사고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지목됐다. 실제 이날 안개로 인해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로스앤젤레스 경찰과 보안관 당국 모두 당일 업무용 헬기 사용을 금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그러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상황 예측에 따라 비행해도 안전할지를 결정할 책임은 조종사 당사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조종사가 '비행추적'을 신청했지만,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너무 낮게 날아 이 또한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제소가 "너무 낮게 난다"고 주의를 준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음성 녹음에는 조종사가 계기 비행에 의존하는 대신 지상을 맨눈으로 확인하고자 구름 아래로 고도를 낮게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된다고 한 항공 관련 전문가는 지적했다.
항공 전문 변호사이자 '헬기 충돌 소송'이라는 책의 저자인 게리 롭은 관제소와 조종사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조종사가 점점 더 낮게, 안개와 상승한도 아래까지 내려가고 싶어한 것 같다"며 사고 헬기가 "구름 아래로 낮게 날다가 산꼭대기를 스쳤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종사는 교신하는 내내 "매우 침착하고 아주 조심스러웠다"면서 교신 내용도 "극히 정상적이고 관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로 함께 숨진 조종사는 전직 비행 교관 출신의 경력이 많은 전문가로, 안개 낀 날에도 조종이 가능한 자격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FAA와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추락 현장에서 헬기 잔해를 수습하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이날 시신 3구가 수습됐다고 검시관실은 밝혔다.
사고 헬기는 충돌로 산산조각이 나며 들판에 흩어진 데다 추락 직후 불이 붙어 시신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관실은 시신 수습 사실을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을 과학수사센터로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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