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조개·산호의 단단한 껍데기 형성 어려워…어린 게가 특히 취약"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태평양의 해양 산성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게의 단단한 껍데기까지 녹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남부캘리포니아 해양연구소(SCCWRP)에 따르면, 태평양 전역의 산도(pH)가 낮아지면서 연안에 서식하는 '식용 게'(Dungeness Crab)의 껍데기 일부가 녹아 감각기관을 손상시키고 있다고 CNN방송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양산성화는 바다가 대기로부터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이로 인해 해수의 산도가 낮아질 때 발생한다.
이때 바다는 녹조 현상의 원인이 되는 과잉 영양분을 생산하고, 해수의 염도와 온도를 높인다.
문제는 바닷물이 산성화하면서 갑각류나 산호류의 단단한 껍데기와 외피를 형성하는 탄산칼슘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산성화된 바닷물이 어린 게의 껍데기를 녹여 포식자를 저지하거나, 부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망가지게 했다고 말했다.
또 껍데기가 녹고 있다는 징후를 보이는 게들은 다른 게보다 크기가 작았다는 점에서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껍데기 바깥에 붙어 주변 환경을 탐색하는데 쓰이는 털 모양 신체기관이 손상된 현상도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러한 부위가 손상된 게들은 이동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물에서 헤엄치거나 먹이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산성화의 영향이 성체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초기 발달에 걸림돌이 되면서 성체로 자라날 가능성을 낮추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해양 산성화 자체는 예견된 현상이지만, 이렇게 빨리 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수석 과학자 리처드 필리는 "이러한 현상이 이번 세기말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면서 빠른 산성화 속도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게가 미국 북서부 연안의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향후 바다에서 벌어질 현상의 전조라고 우려했다.
연구를 이끈 니나 베드나시크는 "게들이 이미 영향을 받았다면, 너무 늦기 전에 먹이 사슬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NOAA는 대기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즉 전체 탄소 발자국을 줄여 산성화를 막는 방법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NOAA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결과는 이번 달 발간된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학술지에 실렸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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