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감염' 미국, 검역 공항 20곳으로 확대…프랑스 3명, 독일 1명 확진
각국, 바이러스 유입차단 총력…전세기로 자국민 대피 조치도 잇따라
(특파원종합=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미주와 유럽도 초비상이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이 당국에 의해 봉쇄된 가운데, 세계 각국은 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주력하면서 우한에 체류 중인 자국민 철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우선 북미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확진 사례는 2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5명, 캐나다 2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2명, 워싱턴·일리노이·애리조나주에서 각각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5명 모두 우한에 다녀왔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의심환자는 26개주에 걸쳐 110명에 달했다. 이중 32명은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타났고 나머지는 검사가 진행 중이다.
공항 검역은 대폭 강화됐다. 미 당국은 의심환자 확인절차(스크리닝)를 시행하는 국제공항을 기존 5곳에서 20곳으로 확대했다. 중국발 입국자의 90%가 이들 20개 공항으로 유입된다.
중국 전역에서 도착한 모든 입국자에 대해 검역이 실시된다. 종전에는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도착한 입국자에 대해서만 진행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 후베이성에 대해 4단계 여행경보 중 최고 수준인 4단계를 발령하면서 이곳으로 여행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전역에 대해서도 방문을 자제하라는 3단계 여행경보가 발령됐다.
우한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들과 자국민 일부를 실어나르기 위한 국무부의 전세기는 중국 현지시간으로 29일 오전 출발할 예정이라고 CNN방송이 전했다.
우한에는 약 1천명의 미국인이 살고 있는데, 이번 전세기에는 영사관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해 240명가량이 탑승하게 된다.
이들은 탑승에 앞서 우한 폐렴 검진을 받게 되며, 비행기가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기착한 동안 비행기에서 내려 격리된 상황에서 두번째 검진을 받게 된다. 전세기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캐나다에서도 확진환자가 2명으로 늘었다.
첫 확진환자는 최근 중국 우한을 다녀온 50대 남성으로, 광저우를 경유해 지난 22일 토론토에 도착했다. 이 남성의 아내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의심환자 19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중이다.
중남미에는 아직 확진자가 없지만 각국에서도 의심 환자가 끊이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의 경우 우한에 다녀온 후 이상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가 7명 있었지만 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멕시코 정부는 공항 등의 검역을 강화하는 동시에 귀환을 원하는 우한 체류 자국민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부는 이날 "멕시코에도 분명히 바이러스가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충분한 대비 태세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공포를 갖지는 말라"고 당부했다.
중국과 멕시코를 잇는 유일한 직항편이던 베이징-티후아나 항공편이 27일을 기해 운항이 일시 중단됐는데, 이는 공항 터미널 유지 보수를 위해 일찌감치 결정된 것일 뿐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무관하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중국과의 교류가 많은 브라질도 여러 명의 의심 환자가 나왔으나 확진자는 없다. 브라질 보건부는 현재 감염 의심 환자가 미나스 제라이스 주에서 보고된 1명뿐이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임박한 위험'으로 상향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고열·기침·근육통·호흡곤란 등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브라질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소문 때문에 공포감이 확산하는 사태도 우려하며 당국의 발표를 신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의심 환자가 나왔던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페루 등에서도 검역을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사례는 현재 프랑스 3명, 독일 1명이다.
프랑스는 유럽국가 증에서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프랑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현재 3명으로, 이 중 2명은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 출신의 31세, 30세 남녀 중국인 관광객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프랑스 여행을 위해 입국했으며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파리 시내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다른 확진자 1명은 남서부 보르도에 거주하는 48세 중국계 프랑스인으로, 와인 관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우한을 포함해 중국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정부는 확진자가 유럽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자국에서 확인되자 주말인 26일 오후 총리 주재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프랑스는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주요 경로인 파리 근교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의료진 부스를 세우고 검역을 강화했다.
프랑스 정부는 우한에 전세기를 띄워 자국민들을 데려오기로 하고 첫 전세기를 30일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데려온 사람들을 바이러스의 잠복기인 14일 동안 특정 장소에 격리한 뒤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역학조사를 할 예정이다.
독일도 감염자 1명이 확인됐다.
독일 당국은 지난 27일 밤 남부 바이에른주(州) 슈타른베르크에 거주하는 33세 남성이 감염자로 확진되자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 확진자는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출장 목적으로 온 중국인 여성 동료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에서 같은 조에 속했고, 당시 33세의 중국인 여성은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 남성이 입원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 상태에 대해 "열도 없고 호흡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독일 당국은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과 동료 직원 등 40명에 대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 중이다.
독일 정부도 29일이나 30일께 우한에 군용 수송기를 보내 자국민 90명을 데려올 것이라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영국 내는 물론 해외 체류 중인 영국인 중에서도 아직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정부는 우한 및 인근 지역에 체류 중인 영국민을 철수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전세기 투입 조치가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내부적으로 나온다.
그랜트 섑스 교통부 장관은 28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지에 얼마나 많은 영국 국민이 있는지 확인해 이들을 우한에서 철수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없다.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로마 피우미치노, 밀라노 말펜사 두 국제공항에 의료진을 배치하고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는 등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우한과 인근에 거주하는 자국민 대피를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우한에는 70여명의 이탈리아인이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없는 네덜란드도 우한에서 20명의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28일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 중국 당국과 자국민을 중국에서 데려오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립 공중보건ㆍ환경협회(RIVM)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네덜란드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뉴욕 이준서, 멕시코시티 고미혜, 상파울루 김재순, 베를린 이광빈, 런던 박대한, 파리 김용래, 브뤼셀 김정은, 로마 전성훈 특파원)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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