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숨진 파올라 유족, 18년 법정 투쟁 끝에 미주인권재판소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에콰도르 여학생 파올라 구스만은 다니던 학교 교감의 아이를 임신했다. 도움을 구하러 학교 주치의를 찾았더니 의사는 자신과 성관계를 하면 낙태 수술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16살의 파올라는 독극물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파올라의 어머니 페티나 알바라신은 딸이 죽은 지 18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책임자를 처벌하지도 않았다며 미주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첫 공판을 연 이 사건은 코스타리카가 본부를 둔 미주인권재판소가 다루는 첫 학교내 성폭력 관련 사건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소송이 중남미 교내 성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첫 번째 기준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파올라는 14살 때부터 60대 교감과 성관계를 맺었다. 에콰도르에선 14세만 넘으면 상호 동의 하에 성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교감도 학교 의사도 처벌받지 않았다.
학교 측과 에콰도르 사법당국은 파올라와 교감이 연인 관계였다고 판단했다.
18년간 에콰도르에서 법적 투쟁을 벌였던 파올라의 어머니 알바라신은 정부가 응답하지 않자 결국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파올라 유족을 지원하는 카탈리나 마르티네스 변호사는 "교감은 65세고 권한이 있는 사람이었다. 파올라는 사랑이었다고 믿었을지 몰라도 두 사람 사이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둘이 연인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르티네스는 "파올라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겪고 있는 중남미 많은 소녀를 대표한다"며 이번 재판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여학생 32%가 교내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등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가디언은 여성단체의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중남미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8일 법정에 나온 알바라신는 "국가가 파올라를 보호해줘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더 많은 파올라를 보고 싶진 않다"고 호소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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