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국가, 3일∼2주가량 별도 시설에서 증상 관찰 방침
영국·프랑스 별도 의료시설…일본, 무증상자 자택 또는 호텔 대기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우한 폐렴' 확산 공포가 커지며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자국민을 데려오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29일(현지시간) 전세기를 동원해 우한에 체류하던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실어나른 데 이어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호주, 영국, 터키, 인도, 필리핀 등도 속속 우한으로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 철수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을 전염병의 진원에서 빼냈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다수 나라는 만에 하나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한 철수자들을 일정 기간 격리해 이들의 상태를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이미 독일과 일본, 베트남 등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사람 간 감염 사례가 확인돼 '우한 폐렴'의 전염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을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에 나눠 격리 수용하기로 결정해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본국에 도착한 자국민을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공군 기지의 물류창고에 수용해 증상의 발현 여부를 관찰하기로 했다.
호주는 우한에서 철수시킨 국민들을 이민자 수용 센터로 악명높은 인도양의 '크리스마스 섬'에 보내 최장 2주간 격리할 예정이다. 우한 폐렴의 잠복기는 최장 2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와 영국 등도 전세기 편으로 데려온 자국민을 별도의 의료 시설에서 2주가량 격리해 예후를 살필 계획이다.
다음은 우한에서 철수한 자국민들을 상대로 한 각국의 격리 방침이다.
▲ 미국, 공군 기지 물류창고에 최소 사흘 간 격리
미국 정부는 29일 오전 미국인 201명을 태운 전세기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96㎞ 떨어진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마치 공군 기지에 내리게 했다.
당국은 탑승자를 상대로 검진을 한 뒤 귀국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탑승자들을 이곳의 물류창고에 임시로 수용, '우한 폐렴'의 증상 발현 여부를 관찰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와 관련,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낸시 메소니어 박사는 조종사와 정부 직원을 제외한 탑승객 195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공군기지에 남는 데 동의했다며 이를 토대로 72시간 동안 이들의 격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또한, 탑승객들은 이미 중국에서 2차례 의료 검진을 받았으며 중간 급유를 위해 기착한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CDC로부터 2차례 더 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이는 탑승객이 나오면 현지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탑승객들이 최소 사흘에서 최장 2주간 격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대피 미국인들을 태운 전세기는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공군 기지 물류창고가 탑승객을 수용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최종적으로는 미 국무부가 행선지를 변경했다.
▲ 호주는 인도양 '크리스마스 섬'에 격리
우한에 체류하는 자국 국민들을 데려오는 데 있어 상호 협력하기로 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호주 콴타스 항공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 자국민 대피에 나섰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런 가운데, 우한에서 철수한 호주 국민을 인도양에 위치한 호주 영토인 '크리스마스 섬'에서 14일가량 격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섬은 호주 본토에서 약 2천600㎞,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500km정도 떨어져 있으며, 인구는 약 2천명이다.
섬에는 망명 신청자나 송환을 앞둔 외국인 죄수들이 머무는 악명높은 수용소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호주와 공동으로 자국민을 대피시키기로 한 뉴질랜드는 철수한 뉴질랜드인들을 크리스마스 섬에 격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30일 밝혔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우한을 빠져나온 뉴질랜드 시민들은 뉴질랜드에서 격리 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터스 장관은 그러나 구체적인 격리 장소나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 프랑스·영국, 별도로 마련한 의료시설에 14일간 격리
우한으로 향하는 첫 전세기를 29일 저녁 이륙시켜 현지에 고립된 자국민 200여 명을 프랑스로 데려올 계획인 프랑스도 격리 기간을 지정해 이들의 증상 발현 여부를 관찰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인 14일간 별도로 마련한 의료시설에 이들을 격리해 검사와 치료를 진행할 방침이다.
영국도 우한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14일 동안 의학적 관찰 아래 격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2014∼2016년 에볼라 바이러스 때 아프리카에서 철수한 국민들에 대해서는 증상을 자가 관찰하도록 하도록 했지만, 이번 '우한 폐렴'은 감염성을 우려해 강화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일본, 귀국자에 바이러스 검사…무증상자는 자택 또는 호텔 대기
일본 정부는 전세기 편으로 29일 도쿄(東京) 하네다(羽田)공항으로 귀국한 일본인 206명 중 비동의자 2명을 제외한 204명을 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증상이 없는 이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 또는 일본 정부가 준비한 호텔에서 대기하며 매일 건강 상태 체크를 받게 된다.
귀국한 이들은 의료 기관에 가거나 자택에 갈 때 일반 대중교통이 아닌 정부나 소속 기업이 마련한 버스 등을 이용한다.
이날 귀국자 중 발열과 기침 등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 13명 가운데 12명이 입원했고, 191명은 지바(千葉)현에 있는 호텔에 머물고 있으며, 3명은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우한에서 귀국한 일본인, 우한 주변에서 머문 적이 있는 입국자 등의 증상을 일원화해서 파악하도록 '건강 팔로우업 센터'를 설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잠복 기간(최장 2주) 동안 전화, 이메일 등으로 대상자들의 발열, 기침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또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이들에 대해 정규 항공편 이코노미석 편도 요금 수준인 8만엔(약 86만원)을 징수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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