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선대와 닮은 듯 다른 김정은, 전략적 외교로 진화"

입력 2020-01-31 11:41   수정 2020-01-31 15:32

38노스 "선대와 닮은 듯 다른 김정은, 전략적 외교로 진화"
"트럼프 자극 않고 기다리며 평화협정·외교 관계 수립 노릴 듯"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선대인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닮았지만 외교적으로 능력을 갖추고 진화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조선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해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 구상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군사와 경제의 '병진' 전략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인민에게는 제재 기간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요구하면서 북한의 위엄을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전략 전환을 두고 정치, 군사, 외교 변화의 전조일 뿐만 아니라 집권 9년 차에 들어 리더십 스타일, 강도, 유연성 등이 진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게 38노스의 설명이다.
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현재보다 사태가 악화될 것이냐 호전될 것이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현재 "김정은의 북한"의 현주소라고 분석했다.
전원회의에서 9시간에 걸친 연설이나, 외무상 교체의 배경으로 가장 단순한 설명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 원칙을 적용한다면 김 위원장은 병진 전략을 다시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게 38노스의 주장이다.
물론 이를 두고 북한의 철저한 현실주의적 협상 방식으로 돌아가는 전조라거나 그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김 위원장이 전략적 지도자로서 계속 진화하고 성숙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이 선대로부터 무자비함, 인권 경시, 주체사상에 대한 집착 등을 물려받기는 했다.
다만 선대에서는 수백만이 숨진 6·25 전쟁, 1983년 아웅산 테러, 1987년 여객기 폭파 테러 등 대규모로 일을 꾸몄다면, 김 위원장은 스타일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예컨대 2017년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고, 2013년에는 고모부인 장성택을 공개 처형하는 등 잔인함은 닮았지만, 선대만큼 크게 일을 벌이지는 않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은 현장 지도에서 노동자와 기꺼이 포옹하고, 웃고, 셀카 포즈도 취하면서 할아버지와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가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다른 면은 젊다는 것과 외교적 능력을 갖췄다는 점, 그리고 세계를 같이 다닐 만큼 아내와 여동생을 신뢰한다는 점 등이다. 게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사고하고 전략적인 행보를 취한다는 것도 다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2018년과 2019년 중국, 러시아, 싱가포르, 하노이까지 방문해 외교 활동을 벌이면서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그가 참을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성격이라기보다는 군부 등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38노스의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연설에서 미국에 외교적 접근법의 변경에 대한 경고를 낸 후 절제와 인내심을 보였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을 재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미국을 겨냥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말을 흘리도록 했고, 핵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보였다.
또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노이 회담에서 제재 완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굴욕에 가까운 실망감을 떠안았음에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세는 자제했다.
비록 신임 외무상에 군 강경파 출신의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앉혀 외교 전략에 변화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북한을 이끌고 가겠다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다.
당분간 김 위원장은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대신 미국의 탄핵 과정이나 대선,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미·중 무역 협상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전략을 세울 개연성이 짙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시간은 북한 편에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불필요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38노스는 김일성 주석이 꿈꿨던 평화협정, 미국과 외교 관계 수립이라는 '그랜드 바긴'이 쉽지는 않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열망하는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고리로 접근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aayy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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