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들 방역 '허점' 제기…"격리 등 적극적으로 했어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일상접촉자로 관리했던 오류 있었다" 인정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김예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섯 번째 환자가 세 번째 확진자와 1시간 30분가량 같이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고도 애초에 일상접촉자로 분류되면서 방역에 '허점'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잘못된 환자 분류가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전파·감염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3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확진 환자의 접촉자는 노출 시간, 위험도 등에 따라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로 나뉜다.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환자와 2m 이내 머무른 사람 등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다가 기계적 기준이라는 지적이 있어 현재는 역학조사관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나눈다.
환자와 얼마나 오랜 시간 함께 있었는지 당시 환자가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여부 등이 선별 기준으로 활용된다.
자택에 자가 격리되는 밀접접촉자와 달리 일상접촉자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보건소의 모니터링만 받는다. 격리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6번 환자는 3번 환자의 일상접촉자로 분류돼 보건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고, 사실상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6번 환자의 가족 2명에게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양성' 결과가 나와 3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꼼꼼하지 못한 접촉자 관리를 지적하고 나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 1시간 반 동안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했다면 밀접접촉자로 판단해 자가격리하는 게 합당했던 조치"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능동감시 대상자로 느슨하게 관리된 건 분명 틈이 발생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접촉자 정의에 따른 격리, 능동감시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질본은 3번 환자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발병 시점이 변경된 데 따라 접촉자 분류에 일부 혼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3번 환자는 질본의 역학조사 결과 증상이 발현된 시점이 22일 저녁 7시에서 오후 1시로 6시간가량 앞당겨졌다.
질본 관계자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발병 시점이 변경돼 사례분류가 변동됐다"고 말했다. 당초 일상접촉자였던 6번 환자는 뒤늦게 밀접접촉자로 분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조사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6번 환자를 재분류했어야 했는데 일상접촉자로 관리한 오류가 있었다"며 "조사 시간을 확대한 후 내부적으로는 (6번 환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는데 이 부분이 보건소로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대상 환자에 대한 사례정의와 접촉자의 기준, 접촉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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