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확진 1천982명·사망 43명…누적 9692명·사망 213명
중국 각지, 회사 출근일 늦춰…'해외 체류' 후베이 주민 전세기로 귀국 추진
(베이징·상하이·선양=연합뉴스) 심재훈 차대운 김윤구 김진방 차병섭 특파원 =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에 대해 사실상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31일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더 심각해졌다.
우한 폐렴의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 또한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본격적인 유행기에 접어드는 추세를 보여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는 민관군을 총동원해 확산을 막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발병지인 우한에서 전염병 우려와 춘제(春節·중국의 설) 대이동으로 봉쇄 전에 500만명이 국내외로 빠져나간 상황이라 중국 정부의 뒤늦은 대응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 급증…사스 당시 전 세계 환자보다 많아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31일 0시(현지시간)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우한 폐렴'의 누적 확진자는 9천692명, 사망자는 213명이라고 발표했다.
2003년 사스 당시 전 세계 환자가 8천98명, 사망자가 77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한 폐렴은 불과 한달여만에 사스 수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아울러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1천982명, 사망자는 43명 늘어났다.
일일 사망자와 확진자는 지난 20일 위건위가 공식으로 통계를 발표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발병지인 우한(武漢)을 포함한 후베이(湖北)성은 하루 만에 확진자가 1천220명, 사망자는 42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후베이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5천806명, 사망자는 20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우한의 사망자만 159명으로 우한 지역에 중증 환자들이 집중돼있음을 보여줬다.
저장(浙江)성의 누적 확진자가 428명, 광둥(廣東)성은 354명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으며 수도 베이징(北京)과 최대 경제 도시 상하이(上海)도 각각 121명과 128명에 달한다.
31일 0시 기준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 가운데 1천527명이 중태이며 171명은 완치 후 퇴원했다. 의심 환자는 1만5천238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 수는 11만3천579명이며 이 가운데 10만2천427명이 의료 관찰을 받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홍콩에서 12명, 마카오에서 7명, 대만에서 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해외 확진자는 태국 14명, 일본·싱가포르 13명, 호주 9명, 말레이시아 8명, 한국 7명, 미국·독일 6명, 독일·베트남 5명, UAE 4명, 캐나다 3명, 이탈리아 2명, 네팔·스리랑카·핀란드·필리핀·인도 1명이다.
한편 중국 인터넷플랫폼 바이두(白度)의 실시간 질병발생 현황집계에 따르면 오후 10시 30분 기준 누적 확진자는 9천812명으로 다소 증가했고 사망자 수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회사출근일 2월 10일로 늦춰…해외체류 후베이인 전세기 귀국 추진
중국 정부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후 기업들의 출근일을 다음 달 10일로 미루도록 했다.
중국의 춘제 연휴는 원래 24~30일까지였지만, 내달 2일까지로 연장한 바 있는데 또한번 늦춰졌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생산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질병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코로나 대책 회의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후베이성의 춘제 연휴 연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후베이성 정부는 다음달 13일까지 연휴를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베이징시는 일반 기업들에 대해 2월 9일까지는 출근하지 않고, 전화·인터넷 등 유연한 방식으로 재택 근무하도록 했다. 방호용품 생산기업 등 도시운영과 방역 등에 필요한 업체는 그 전에라도 출근할 수 있지만, 대신 방호장비를 잘 갖춰야 한다.
베이징과 유사한 조처를 한 곳은 상하이·충칭(重慶)을 비롯해 광둥성·저장성·장쑤성·허베이(河北)성·허난(河南)성 등 상당수다.
중국 정부는 또 해외에 체류 중인 후베이(湖北)성 및 우한 주민 귀국에 전세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해외에 체류하는 후베이성 주민, 특히 우한 주민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질병 전파 우려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이들의 입국 및 체류를 거부하거나 격리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자국민 보호를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신종코로나 확산에 결혼 신고마저 연기…교통 운행 중단 속출
우한 폐렴 확산으로 공공장소 방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지방 정부들이 결혼 신고마저 당분간 하지 말라고 공고했다.
중국 민정부는 춘제 연휴 이후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는 혼인신고 업무를 연기할 것을 지방 정부에 권고했다.
또 인원이 많이 모이는 혼례 의식이나 연회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고를 배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우한과 후베이가 봉쇄된 가운데 베이징을 포함해 주요 도시 간 이동 제한도 강화되고 있다.
장쑤(江蘇)성은 지난 30일부터 우시(無錫), 쉬저우(徐州), 창저우(常州) 등 성내 10개 도시의 여객 터미널 운영을 중단했다. 티베트 라싸(拉薩)시도 인근 도시 간 이동과 현(縣)급 이동, 농촌 지역 여객 운송, 관광 차량 운행을 중단했다.
이런 여파로 지난 29일 중국 전역 철도 이용객 연인원은 293만7천명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73.8% 감소했다. 30일 역시 연인원 32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74.7% 급감했다.
철도 이용객 수가 급감한 것은 신종 코로나 여파로 귀성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철도 당국은 설명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은 2월분 납세 신고기한을 다음달 17일에서 24일로 연기했다. 상하이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용품과 채소 등 식료품에 대한 가격 단속에 나섰다.
늑장 대처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국 지도부 또한 현장 시찰을 통해 민심 수습행보를 이어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질병통제센터를 찾아 백신 개발과 더불어 의료 당국자들에 보고 누락이나 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한을 방문 중인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후베이(湖北)성 지도부와 함께 병원 및 의료진 숙소를 방문해 격려하고 민심의 동요를 막는 데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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