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휴전에 들어간 양국 간 무역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의 소비가 얼어붙게 되면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수입물량을 제대로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난달 15일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향후 2년간 2천억 달러(약 238조원)어치의 미국산 물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특히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을 2017년 240억 달러에서 올해 365억 달러, 내년 435억 달러로 늘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서명 당시부터 중국 내 일반적인 수요로는 약속한 농산물 수입물량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여기에 중국 우한(武漢)에서 퍼져나간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의 내수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2일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3월물 미국산 대두 선물은 지난달 30일 부셸(곡물 중량 단위·1부셸=27.2㎏)당 876.25달러로 미중 1단계 합의문 서명 직전인 같은 달 14일(942.25달러)보다 7.0%가량 내렸다.
공급 대비 수요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신종코로나의 유행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 합의를 지키는 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최근 평가했다.
또 월가의 금융 전문 블로그 '제로헤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에 1단계 합의에서 제시한 목표를 지킬 수 없는 새로운 핑곗거리가 된다"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콘퍼런스 콜에서 기자들에게 "(신종 코로나 사태가) 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이것이 (중국의) 올해 구매 목표를 저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당초 2월 중국을 방문해 1단계 합의 이행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려 했으나 이 계획을 신종 코로나 사태 때문에 취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포린폴리시는 "(1단계) 합의에는 자연재해 조항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해심이 있거나 너그러운 성향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1단계 합의에는 중국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스냅백'(snapback)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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