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성장 이끌며 비중 절반 돌파…유동성 떨어져 문제
영국은 대량 환매사태 후 비유동성 자산 펀드 규제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 급증이 사모펀드 운용 구조를 취약하게 하는 핵심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중 기초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인 사모펀드 설정액 비중은 53.7%를 차지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비유동성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펀드에는 부동산 펀드, 실물 펀드, 특별자산 펀드, 혼합자산 펀드 등이 포함된다.
사모펀드 설정액에서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비중은 2008년 말 13.0%에 불과했으나 2010년 말 22.8%, 2014년 말 32.5%, 2018년 말 49.2%로 10여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그만큼 비유동성 자산은 국내 사모펀드 시장 성장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해왔다.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2008년 말 126조5천564억원에서 2019년 말 412조4천90억원으로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7조3천506억원에서 95조1천146억원으로 약 13배로 증가하며 사모펀드 성장세를 이끌었다.
인프라, 선박, 유전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 펀드 설정액도 8조9천521억원에서 89조9천598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대체투자가 유행하면서 비유동성 자산 투자도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산 유동성 문제가 리스크로 불거졌다.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개방형 펀드는 많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환매를 시도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도 유동성 악화가 그 시발점이었다. 처분이 쉽지 않은 메자닌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상당수 펀드를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으로 판매한 게 화근이었다.
대체투자 유행에 전 세계적으로 사모펀드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부동산 가격 하락과 파운드화 약세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부동산 펀드 환매에 나섰다. 결국 당시 7개 자산운용사가 부동산 펀드 환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러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비유동성 자산을 보유한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위기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안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규제안을 보면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소매 개방형 펀드가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와 판매 등을 중단하도록 했다.
또 적격 펀드매니저(AFM)는 유동성 비상 계획을 세우고 수탁 기관은 해당 펀드 유동성 관리를 위한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비유동자산을 보유한 개방형 펀드를 판매할 때에는 유동성 위험을 공개하고, 투자설명서에는 유동성 위험 관리 방법을 명시하게 하는 공시 강화안도 담겼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경고음이 울리면서 유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펀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사모펀드가 급성장하고 저금리에 따른 대체투자도 확대됨에 따라 해외에서는 시스템 리스크 관리 목적의 펀드 유동성 리스크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논의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규제 목적에 부합하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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