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미군, 솔레이마니 폭사로 중단한 대테러작전 재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에 패트리엇 대공방어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에 승인을 요구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이라크에 배치하는 문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보호하는 능력을 개선하려는 노력의 일부로, 해야만 하고 이뤄져야만 하는 사안이다"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달 8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미군이 공습으로 살해한 데 대한 보복으로 아인 알아사드 기지 등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 여러 발로 폭격했다.
당시 이들 미군 기지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됐었는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지만 미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라크가 다른 걸프 지역 국가보다 이란이 탄도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그곳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아인 알아사드 기지에 배치됐다면 이란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질문에는 "그것(격추)이 패트리엇 미사일의 존재 이유다"라며 "확실히 그랬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성공적으로 격추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미군 기지를 공격한) 이란의 탄도 미사일은 450∼900㎏ 무게의 고폭탄두가 장착됐다"라고 덧붙였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 못지않게 이란과 관계를 중시하는 데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폭사에 이은 이란의 보복 공격 뒤 양국 갈등의 '전장'이 되지 않겠다는 뜻을 더욱 강하게 밝힌 만큼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이라크 국방부는 30일 이라크군과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는 대테러 합동작전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라크군은 이달 3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폭사하자 5일 미군과 공동 작전을 잠정 중단했다.
미군 역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살해 뒤 이란의 반격에 대비, 이라크와 시리아 내 주둔기지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대테러 작전과 이라크 군경 훈련을 일시 중지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에 살해되자 이라크 의회는 5일 다수를 차지하는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정파를 중심으로 미군 등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이라크에서 반미 여론이 고조했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 안에서 미군이 승인을 구하지 않고 요인 암살 작전을 벌인 것은 주권 침해라면서 미국에 강력히 항의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하라는 이라크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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